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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파업 금지법, 의료계만 이중규제하나

마상혁 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2025.09.22 09:24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근 국회에 제출된 의료법 개정안 중 의사 집단행동 시 필수의료 유지 업무를 강제하는 내용이 발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발생한 의료 공백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시도는 이미 존재하는 법적 장치를 중복시키며, 의료계에만 이중 규제를 부과하는 불합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는 병원 사업을 포함한 일부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쟁의행위 시에도 일정 범위의 업무를 유지하도록 강제한다. 이는 운수, 전력, 가스, 통신업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의료법에 같은 내용을 다시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이며 다른 필수공익사업 종사자들이 단일 법체계에서 규율되는 것과 달리 의료인에게만 추가적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결과를 낳는다. 형평성의 원칙이 무너질 뿐 아니라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 비교에서도 설득력을 잃는다. 2022년 기준 OECD 평균 활동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7명인 반면, 한국은 2.6명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기피 현상이 심각하게 누적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인력 부족 상황에서 법적 강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필수의료 현장의 사기 저하와 인력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의 입법이 역설적으로 안전 기반을 훼손하는 모순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버넌스의 부재다.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초대형 정책 결정이었다. 이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나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고 그 결과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가 붕괴되었다. 사전 조정 없이 강행된 정책이 갈등을 촉발했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사후적으로 규제 장치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 이는 책임의 전가일 뿐이며 정책 신뢰를 더욱 훼손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 주체는 정부와 국회이고 따라서 거버넌스 없이 밀어붙인 책임 또한 명확히 그들에게 있다.

필수의료 서비스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적 강제가 아니라 제도적 협의 채널의 구축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하고 중대한 보건의료 정책은 사전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는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갈등을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길은 처벌과 강제가 아니라 신뢰와 대화 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입법의 속도전이 아니라 거버넌스를 복원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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