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5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 시동 전공의들…이번에는 다를까?
전공의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이달 초 공식 출범을 알리고 14일 범식을 가졌다. 수련의와 노동자라는 이중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선 것.
법원도 이들이 노동자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포괄임금 약정이더라도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시간을 위반하는 포괄임금 약정은 유효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사실 전공의의 노동조합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조합 규약집과 10개 조항의 강령도 있다. 이때 추구했던 목표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권익 보호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나왔고 내부 참여율도 없어 전공의 노조라는 이름만 남은채로 명맥만 이어져왔다. 보건의료노조와 간담회, 노조문화제, 전공의 표준근로계약서 제작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10여년 표류하다 2018년 다시 전공의 권리 확보라는 대전제 아래 전공의 노동조합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전공의노조.com이라는 노조 전용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수련환경 개선 목소리를 냈고, 이는 2019년 자체적으로 위원장 선거까지 진행하며 1년 넘도록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노조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3~4년 후 전문의 자격을 따는 시간적 제한 때문에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컸다. 노동자로서 전공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이야기 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지만 2020년 전국의사 단체행동에서도 전공의 노조가 중심에 서지는 않았다.
다시 전공의 사회 안에서는 노조의 힘과 활성화의 필요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대전협 회장 선거에서는 노조가 주요 공약으로 등장했다. 기존에 있던 전공의 노조를 이어가겠다는 주장과 병원별로 전공의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이 맞붙었다. 2021년, 2022년 대전협 회장 선거에서도 노조 설립은 주요 공약이었지만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노무사 등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비용도 지원하겠다는 공고를 냈지만 병원에서 노조를 자체적으로 설립한 전공의들은 없었다.
그렇게 전공의 노조는 수년 동안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지난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은 전공의가 한데 모이게 만들었고 노동조합이 진화하는데 기여했다. 사직이라는 형태로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노동자로서의 전공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는 전국전공의노동조합으로 발현됐다.
전국전공의노조는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국전공의노조는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및 인당 환자 수 확보 ▲전공의 안전 보장 ▲부당한 노동 관행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 3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노조 가입자도 첫날 1000명, 2주 만에 3000명이 가입했다. 전체 전공의의 30% 수준이다. 과거 전공의 노조는 설립만 알렸지 구체적인 가입 규모를 공개한 적이 없고, 공개를 하더라도 수십명 수준이었다.
노동조합 규약도 2006년부터 존재하고 있는 규약과는 차이를 뒀다. 노조 안에 지부 설치, 집행부 운영 등 규약 자체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기존 전공의 노조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별도의 노조를 만들어 운영하는 형태를 띠고 대전협 회장이 노조위원장까지 맡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대전협과 노조를 분리하고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전공의 사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전공의 노조 설립은 시작과 끝이 다를 것이라며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노조 설립을 발표했기 때문에 투쟁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전공의 노조 요청이 있으면 노조 설립과 운영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과거 전공의 노조 설립에 관여했던 의료계 인사 역시 과거에는 지금만큼 노조의 필요성이나 가입에 대한 동력이 없었다라며 지금이 제일 본격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조가 대전협 집행부와는 별도로 움직이는 것도 노조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떻게 보면 노동자는 모두 배우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라며 노동자와 수련의라는 이분법적인 시선보다는 전공의도 일하면서 배워 자신의 실력을 쌓는다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노동자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만큼 수련의로서의 위치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14일 전공의 노조 출범식에 참석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는 것과 전문가로서 탁월성을 얻는 것은 100% 함께 가기 불가능하다라며 소신을 전했다. 전공의의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위해 연대할 수는 있지만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배우는 게 분명히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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