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양도 3년만에 변심, 같은 건물에 개원 "경업금지의무 위반"
앞으로 양도양수 과정에서 계약서에 경업금지에 대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배 의사에게 정형외과 의원을 양도 후 3년 만에 변심, 같은 건물에 정형외과 의원을 차린 선배 의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후배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업은 영업상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상법에는 영업 양도인이 경업금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법원이 의료기관 양도양수 과정에서도 상법을 적용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3-2민사부는 최근 정형외과 의사 A원장이 B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업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지난해 12월 11일에 나왔다.
대전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B원장이 의원 양도 후 다시 개원하는 과정에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손해배상액도 A원장이 양도양수 계약 과정에서 냈던 권리금과 매출 손해를 반영해 5억여원으로 책정했다.
정형외과 양도양수 계약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B원장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후배 의사에게 본인이 운영하던 의원을 양도하라고 권했다. 당시 B원장은 대전에서 자신 소유의 건물에서 정형외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B원장은 A원장에게 건물 갖고 속을 썩이지 않겠다.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 내 전부를 주는 것이다라는 말로 양도양수 계약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A원장은 2016년 4월 양도양수 대금으로 인테리어 및 장비비, 권리금까지 4억원을 지급하고 정형외과를 이어서 운영했다. 같은 건물의 다른 층도 보증금과 임대료를 주며 임차해서 사용했다. 양도양수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등의 내용이 특별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상황은 2018년 11월 반전됐다. B원장이 임대 기간 만료 6개월 전, 돌연 임대차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 나섰다. B원장의 요구는 당시 법령 제한을 눈에 띄게 초과하는 비용 증액이었다. A원장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2021년 6월, B원장은 같은 건물 2층에 진료과목을 정형외과로 한 의원을 개설했다.
A원장은 결국 같은 해 8월 B원장과 맺었던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건물에 100m 떨어진 건물에서 정형외과 의원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했다. B원장이 경업금지 원칙을 위반했고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A원장은 권리금 손실분, 병원 이전을 위한 지출비, 병원 매출 감소액, 정신적 손해 등을 합쳐 8억 818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법원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의사는 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인을 전제로 하는 상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 역시 B원장이 같은 건물에 갑자기 개원했던 2개월의 시간만 경업금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전고법 재판부는 A원장과 B원장의 다툼을 상인 사이에 있는 분쟁과 다를 바 없다며 상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B원장은 내년 4월 3일까지 대전에서 정형외과 의원 영업을 금지한다고 했다. 해당 날짜는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양도 이후 10년이 되는 날이다.
상법 제41조는 영업 양도인의 경업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 영업을 양도했을 때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같은 지역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양도인이 동종영업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을 때는 20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그 효력이 있다.
재판부는 의사를 상인으로 볼 수는 없더라도 의사 행위 중 영리성이 주된 동기로 작용하는 활동은 상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라며 A원장과 B원장 두 사람의 양도양수 계약은 상인 사이 영업 양도계약과 아무런 차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B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적정한 가격에 양도해 그 대가를 받는 이익을 얻었고, A원장은 적정한 가격에 의원을 양수해 수익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영리성이 주된 동기로 작용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의사의 의료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라며 B원장은 앞으로 정형외과를 다시 운영하지 않거나 최소한 A원장 정형외과 운영에 방해되거나 경쟁관계에 놓이는 일체의 의원 운영을 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한 다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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