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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을 진료에 활용? 의협 "과학적·임상적 근거 부족"

이정환 기자2025.09.12 15:07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 분야에서 의료인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진료에 활용하고, 비대면 진료 실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자 대한의사협회가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의료현장에서 적절한 AI 활용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진료에 활용될 경우 오진 발생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비대면 진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해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8월 13일 비대면 진료 실시 및 의료 분야에서 의료인이 인공지능 기술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권칠승 의원은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등 예외적 상황에서 한시적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 왔고, 인공지능 기술도 일부 영역에 국한되어 활용되어 왔으나,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다양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의료행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변화 속에서 현행 법체계만으로는 고도화된 기술이 접목된 의료의 공공성과 안전성, 전문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대면진료 보완 원칙 위배 ▲불명확한 비대면 진료의 목적성 ▲플랫폼 상업화 문제 ▲환자정보전자처방전 문제 ▲인공지능(AI) 활용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의협은 해당 개정안은 의료취약지 접근성 개선을 명분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는 것이지만, 의료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직접 대면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행위라며 환자의 증상징후 확인과 신체진찰이 수반되어야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훼손하는 제도화는 환자의 안전과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전국 어디서나 30분 내 진료 접근이 가능하고, OECD 주요국 대비 병상 수와 외래 진료 이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라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필요성은 낮으며, 오히려 과잉진료와 의료 이용량 폭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일각에서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보고된 안전사고 사례가 없었다며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보고된 사고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안전성 입증이라고 오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오진오남용정보보호 취약 등 다양한 위험 사례가 제기됐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편익이 제공됐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이러한 한계와 경고를 무시한 채 안전하며 효과적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며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의료계와의 협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전면적 제도화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라는 4대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도 시범사업 당시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임을 명확히 했으며, WHO 역시 대체가 아닌 보완 개념으로만 권고하고 있다고 상기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응급환자, 14세 미만 아동, 특정 정신질환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환자에게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의료계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서나 의원급 의료기관 접근이 가능해 제도적 필요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편의성 확대 수준에서 도입하는 것은 과잉진료와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또 시범사업 과정에서 일부 민간 플랫폼 업체에서는 연예인을 활용한 대규모 광고, 할인경품 제공, 진료상품권 판매 등 환자 유인 행태를 반복적으로 시도했다면서 의학적 필요가 아닌 상업적 목적에 따라 의료 이용 패턴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풀랫폼 상업화의 문제를 언급했다.

이 밖에 법안은 전자처방전 전송과 환자 진료정보 확인을 플랫폼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환자의 병력, 복약 이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제삼자인 플랫폼에 보관활용되는 것은 정보보호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환자가 전자처방전에 기재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면, 약국 단계에서 잘못된 조제 여부를 환자가 스스로 검증할 수 없어 2차 안전망이 붕괴되고, 이는 의약품 안전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전자처방전에 기재된 정보는 환자의 진료정보에 해당하는데, 진료정보를 정보 주체가 아닌 자(중개업자 등)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편의성만을 이유로 진료정보의 관리전송을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오남용상업적 활용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진료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상조임을 재차 강조했다.

임상현장에서는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진 발생 시 책임 귀속 문제가 불명확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의료 현장에서 적절한 AI 활용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이익 추구의 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AI를 부적절하게 활용하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위험이 높고,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법적 책임과 의료사고 피해는 환자와 의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품질 문제, 환자 동의 절차 미비 등 윤리적기술적 한계가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안전인증제도나 책임보험제도 또한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AI 활용에 관한 조항은 의료인의 책임만 과도하게 확대하고, 환자 보호 기능은 오히려 약화시키는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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