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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법원, 분만 관련 과실 경미하지만 배상액 6억여원? 

박양명 기자2025.09.09 17:06
ⓒ의협신문
ⓒ의협신문

2018년 12월, 모 대학병원산부인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자연분만으로 출생한 아기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것. 당시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는 민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함과 동시에 교수와 전공의는 불구속 기소 상태로 형사 재판도 받아야 한다.

해당 소식에 산부인과 의사, 나아가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산과학 멸종이 시작됐다라며 분만 인프라 붕괴가 심각한 모자 보건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의협신문]은 환자 측이 의료진과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입수해, 그날 있었던 일을 살펴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분만 후 악결과를 맞은 아이와 부모가 병원과 산부인과 교수, 전공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의료진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6억 5239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양측은 모두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2021년 제기된 법정 다툼은 4년이 지나서야 첫번째 판결이 나왔고, 여전히 다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건은 2018년 12월 어느날로 거슬러 올라간다.새벽 5시 15분 산모 P씨는 10분 간격 진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내진, 초음파 검사, 비수축 검사 등을 통해 진통이 시작됐다고 보고 입원을 결정했다. 의료진은 오전 8시 15분부터 옥시토신 투여를 시작하고, 9시부터는 무통주사를 주입했다. 11시 32분에는 전자태아감시 장치를 적용했다.

산모는 오후 1시 10분 가족 분만실로 이동했고 전자태아감시장치 적용하에 힘주기 등을 하며 오후 3시 41분경 질식분만으로 아이를 출산했다. 의료진은 오후 1시 37분 옥시토신 투여를, 오후 2시 4분 무통주사 주입을 중단했다.

ⓒ의협신문
분만실 이동 후 분만까지 주요 경과 ⓒ의협신문

전자태아감시상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이 오후 2시 15분부터 태아곤란증이 의심됐고, 이후 호전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다양성 태아심박동수 감소가 반복됐다. 태아 저산소증을 시사하는 변이도 감소하고 늦은 태아심박동수 감소도 나타났다. 의료진은 오후 2시 40분경 좌측위를 했다.

아이는 출생 당시 목에 탯줄을 1회 감고 있었고, 초기 울음이 없었으며, 전신 태변 착색 및 전신 청색증을보이고, 근긴장도 없었다. 의료진은 자극을 시행했지만 울음이 없고, 근긴장도 저하로이어졌다. 기관내삽관 후 앰부배깅을 하면서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아이는 출생 후 10분이 지날 때까지 자발호흡, 근긴장도, 반사가 모두 0이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들어갈 때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평가한 Sarnat and Sarnat stage는 중등도에서 심각(Moderate to severe)이었다.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아이는 현재 사지마비로 기립 및 보행을 할 수 없고,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동작도 혼자 할 수 없는 상태다.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 및 언어장애로 타인과 의사소통, 사회적 교류가 불가능 하며, 모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전적으로 타인에 의존하는 상태다. 2024년 7월에 실시한 여러 발달 검사 등에서 생후 3개월 10일 이하의 신생아 수준 능력만 보였다.

산모 측은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옥시토신 투여 및 중단과 무통주사 투여 과실 ▲태아안녕 감시 해태나 평가 잘못 및 보고의무 위반 ▲분만지연 포함 조치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법원은 이 중 태아안녕 감시 해태 및 평가 잘못, 분만지연 포함 조치상 과실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손해배상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했다는 점에서도과실 크기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아이가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실 결과가 상당히 중하기는 하다라면서도 과실의 내용 및 정도는 경미하고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의학 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으로 사건 장애에 다른 원인, 즉 산모나 태아 측 요인이 없었는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라며 이런 한계 등으로 개연성의 증명만으로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을 인정,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산모 측이 부담하는 게 손해 분담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 이념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해당 의료진은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적 책임에 더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심지어 경찰이 무혐의결론을 낸 사건을 검찰이 돌연 기소의견으로 재판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사고로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현실에 특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의사의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태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우리나라처럼 분만 관련 사고가 형사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라며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산과 진료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중신 모체태아의학회 회장 역시 진통 중 태아심박동 감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제왕절개 수술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했지만 정작 뇌성마비 빈도는 40여년간 줄어들지 않았다라며 대부분 뇌성마비가 임신기간 중 약 7000시간이라는 긴 자궁 환경과 관련된 것이라는 의학적 증거가 이미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소 처분이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술률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키고 어려운 분만 환경 속에서 자연 분만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료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역사적 오류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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