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고 박현승 회원 장례식장서 만난 2000 의쟁투
4일 별세한 고 박현승 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의 장례식장에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을 이끈 왕년의 투사들이 모였다.
고 박현승 의협 총무이사의 부고에 울산에서 달려온 최덕종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건강 확보를 위해,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해, 우리는 잘못된 법과 제도에 맞서 싸웠고, 그 앞에 해달이 있었다면서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 환경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하며 밤을 지새웠던 당시를 회고했다.
최덕종 직무대행은 해달은 간이식에 이어 위암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고, 합병증과 패혈증으로 촌각을 다투는 와중에도 어떻게 해야 참 의료를 이루어 낼 것인지 궁리했다면서 해맑은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는 듣지 못하게 됐지만 올바른 의료제도를 꿈꿨던 정신은 오늘날에도 면면히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당시 의쟁투 운영위원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실무위원을 맡아 고 박현승 회원과 동고동락한 조현근 원장(부산 제일의원)은 해달 선생은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성과 진료권 사수를 위해 몸을 던진 분이라며 오직 대의를 위해 개인적인 희생과 고난을 넉넉한 웃음으로 감수하던 모습이 새삼 그립다고 애석해했다. 이 엄혹한 시절에, 선생님의 고결한 뜻을 후배 의사와 동료의사들이 기억하고 이어받기를 소원한다고 추모의 마음을 남겼다.
의료계는 2000년 7월 정부가 의약분업 제도를 강행하자 의권쟁취투쟁위원회를 결성, 국민 불편과 건강보험 재정 위기 사태를 초래한다며 5차례의 휴업과 파업을 벌였다. 전공의들은 파업으로,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투쟁에 가세했다.
고 박현승 회원은 2000년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정부와 언론이 집단 이기주의라고 매도할 때 PC통신 하이텔에 해달이라는 필명으로 등장, 정부의 준비 안 된 의약분업 정책 강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달은 특히 국민의 불편과 건강보험료 폭증을 예고하며 교과서적 진료환경 조성과 올바른 의약분업 실현을 강조했다.
검찰은 의약분업 정책 강행에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김재정 의협 회장(12기 의쟁투 위원장)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의협회장 직무대행)최덕종 의쟁투 위원장 직무대행신상진 제3기 의쟁투 위원장이철민 의쟁투 상근운영위원배창환 의쟁투 운영위원홍성주 의쟁투 중앙위원사승언 의쟁투 상근운영위원 및 대변인박현승 의쟁투 상근운영위원 등 9인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료법 업무개시명령 위반업무방해죄로 각각 기소했다.
의약분업 투쟁에 앞장선 주수호 의쟁투 운영위원 겸 대변인김미향 의쟁투 운영위원을 비롯해 의쟁투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권용오김대헌(부산광역시의사회장)박양동김세곤김완섭(대구광역의사회장)김창수(전라남도의사회 부회장)박한성(서울특별시의사회장)변영우(경상북도의사회장)이봉영(인천광역시의사회장)정무달(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조병우최규돈(경기도의사회장)홍승원 회원을 비롯해 정종훈 강원도의사회장김명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18인은 공정거래법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 법정에 세웠다.
의약분업 투쟁을 주도한 의쟁투 인사들은 4년여 법정 공방 끝에 김재정한광수 회장이 징역형을, 의쟁투 위원과 시도의사회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은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상품명 처방대체조제 시 사전 동의 등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은 2000년 의쟁투가 주도한 의사 파업 투쟁의 결과물이다.
의료계 지도부의 구속과 투옥, 재판으로 의협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릴 때 해달은 2001년 11월 의료계 역사상 첫 회원 직선제로 선출된 신상진 의협 회장(제32대) 집행부 총무이사를 맡아 강한 의협열린 의협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살랐다.
의협은 회원의 것이라며 누구에게나 열린 의협을 강조한 해달은 강한 의협은 회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며 정부의 압박으로 무너진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팔을 걷었다.
세대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강조하면서 시간적공간적 제한 없이 의료계가 통합적 사고를 공유해야 한다며 의협 재건을 위해 힘썼다.
의협 총무이사에서 물러나 일선 진료 현장에 복귀한 뒤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지역사회 소아청소년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2007년 예기치 못한 간암 발병으로 간이식 수술과 위암 수술을 받았고, 합병증과 패혈증에 시달리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환자를 진료하며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한 채 영면에 들었다.
2000년 의쟁투 당시 강원도 의쟁투 위원을 맡아 고인과 인연이 있는 김택우 의협회장은 의약분업 당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잘못된 정책을 몸소 막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회원을 대표해 너무 애썼고 고마웠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의료계를 위한 열정으로 애쓴 분들의 발자취와 흔적을 잊지 않고 세심히 살펴 뜻을 받드는 것이 협회의 할 일이자 책무라고 밝힌 김택우 의협회장은 모든 근심 다 내려놓고 영면하길 기원한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해달의 장례식장에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을 함께한 권용오 전 인천시의사회장(2000 의쟁투 17인 대표)과 김신호 원장(2000 인천 의쟁투 위원전 인천시의사회 감사)을 비롯해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성과 진료권 사수를 위해 앞장선 고인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조행식 전 의협 의무이사서신초 의협 총무이사 등이 참석, 고개를 숙였다. 의쟁투에서 동고동락한 홍성주 원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의쟁투 위원들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권계랑 안과권재봉 소아과 등 고인을 기억하는 의료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6일 발인식을 마친 부인 박선미 씨는 슬픔이 깊은 시간 속에서 전해주신 따뜻한 격려와 말씀 덕분에 고인을 잘 모실 수 있었고, 저희 또한 일상을 되찾을 힘을 얻었다면서 상사(喪事)에 관심과 위로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고 조문 답례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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