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업무상과실치사상 입건 의사 봤더니…연평균 약 700여명
최근 5년 동안 의료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되는 의사가 연평균 약 735명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소돼 형사 재판까지 받는 의사는 연간 40명 수준으로 뚝 떨어지지만 매년 수백 명의 의사가 형사소송 부담을 겪고 있고 이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의료사고 관련 민형사 소송 등 조사 분석을 위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올해 3월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산하에 의료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내외 민형사소송 등에 관한 조사분석과 합리적 해결방안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 결과물이다. 배상공제조합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함께 국회 공청회 주최에 나선 것.
서종희 교수팀은 우리나라 의료과오 관련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의료분쟁 조정 현황과 최근 판례를 분석하고 다른 나라 소송 현황을 확인한 후 관련 제도 개선책을 도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입건된 의사는 연평균 약 735명 수준에 달하고 기소까지 돼 형사재판을 받는 의사는 연간 약 40명이었다. 실제 유죄판결을 받는 의사는 약 20명 내외로 줄었다.
2020~24년 의료과오로 인한 형사판결 건수는 81건으로 38%(31건)가 무죄였다. 나머지 26건은 벌금형, 22건은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 2건은 금고형 이상이었다.
서 교수는 무죄율이 38%인 것은 형사재판에서 인과관계 입증을 엄격하게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송치 및 입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의 발생은 기정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죄가 나온다고 해서 이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입건된 것보다 유죄가 많이 적어졌으니 국내에서도 형사상 책임을 큰 부담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유죄, 무죄로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된다. 입건 건수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인게 맞고 조사를 받는 것부터 필수의료 붕괴의 조짐이다. 무죄가 되더라도 몇년간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결과의 172건 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이를 놓고 실제 형사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고 평가한 것과 해석을 달리하는 셈이다.
민사소송은 형사 보다 건수가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법원에서 선고하는 의료과오 민사소송 1심 건수는 2020년 이후 해마다 700~900건에 달했다. 매년 선고되는 판결 중 절반이 원고인 환자 측의 청구를 인용하는 분위기다.
서 교수는 인과관계 입증을 완화해 환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선고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 때문에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의사수가 많아지고 있다라며 결국 위험이 큰 필수과 기피, 과잉진료나 소극 진료 등으로 이어져 국민 의료서비스 향상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소송뿐만 아니다. 의료진은 소송 전단계로 볼 수 있는 중재 절차도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매년 약 2000건 정도의 의료분쟁 조정 신청을 받고 있고 이 중 약 70% 내외인 1400건 정도가 조정 절차로 넘어간다. 민사소송 건수와 조정중재원 처리 건수를 더하면 의료진은 매년 3000건 가까운 민사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는 소리다.
연구진은 최근 의료과오 판례 경향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환자가 과실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추정해 증명책임을 완화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된다는 점도 재확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가 아닌 한 치료 기회 상실을 이유로 한 위자료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의사의 책임이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태도도 보였다.
서 교수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면서 소송을 통한 화해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설명의무 위반 법리가 소송기술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측 과실 이론의 적용과 함께 인과관계를 인정한 후 발생한 손해의 일부를 인정하는 법리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법리적으로 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 의료과오 소송 현황까지 짚어본 연구진은 우리나라 의료사고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피해자 보호 ▲예외의 원칙화 ▲형사고소 남용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지목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매우 크다라며 형사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원칙에 대한 예외를 넓게 인정해 의료진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는 환자와 의사 양측 이익을 모두 적절하게 보호하는 중용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은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 민사 책임으로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판례는 과실 책임 체계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의사의 민사 책임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라며 법 해석의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과실 보상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의료진 경과실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 및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무과실 보상 제도를 도입해 의료진의 사법리스크를 경감하고 환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필수의료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한 존중은 법적 책임, 특히 형사책임을 판단함에서도 반영해야 한다라며 민사책임으로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게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책임을 부과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및 특별기금을 통해 일부나 전부에 대해 환자에게 발생한 민사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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