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정부, 지불제도 개편 만지작…의료계 '이것'부터 해결해야
정부가 행위별수가제 기반의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의대정원 2000명 확대가 담긴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며 의료개혁 이름 아래 묶음형 지불제도, 성과보상제 전면 개편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지불제도 개편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는 입장이다. 저수가 현실이 그렇고, 의료소비자의 의료 이용 행태 개선,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들 조건이 충족됐을 때 비로소 지불제도 개편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즉각 올바른 의료비 지불보상을 위한 TF를 꾸리고 의료계 입장 정리에 돌입했다. 위원장은 의협 이태연 부회장과 좌훈정 부회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올바른 의료비 지불보상을 위한 TF는 2일 내부 정책토론회를 갖고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 방향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지불제도 개편의 전제조건을 정리했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의 지불제도 변화를 짚으며 세계적으로 지불제도 개편 방향이 묶음지불, 인구기반 포괄적 의료서비스(ACO)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 나라는 수가를 제대로 주고 있는 상황에서 지불제도를 바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수가가 현실이다라며 수가를 주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불제도만 바꾸면 더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불제도를 개편할 때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던져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라며 선제적인 안을 만들어 의사 회원에게 어느 정도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불제도 개편 보다 저수가 현실 개선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용선 TF 부위원장은 고루한 얘기, 고장 난 축음기 같은 이야기이지만 원론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저수가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행위별수가제가 현재 의료비 상승 원인이라는 명제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지불제도를 개편하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든 지불제도 개편 타깃이 공급자의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이라며 행위량 증가 유발 요인 딱 한 가지는 저수가다. 수가가 낮으니 행위를 통해 수가를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불제도 개편에서 공급자의 행위량이 아니라 수요자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부위원장은 수가가 워낙 낮으니 수요자의 의료이용 부담도 낮다라며 원칙 없는 보장성 강화 정책도 환자 부담을 낮춰주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같은 의료전달체계에서 수요자 요인 때문에 의료행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적정수가를 먼저 보장해야 지불제도 개편이 따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수요자가 적정한 부담을 갖도록 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실손보험도 명료하게 잡아야 한다라며 지불제도 개편 과정에서 그 부분도 같이 잡아가는 노력이 있어야 의료계도 지불제도 개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영덕 대한외과의사회 총무부회장은 지불제도 다양화 일환으로 도입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를 겪으면서 정부에 신뢰가 깨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외과는 항문질환, 탈장수술, 맹장수술 등 3개 행위에서 DRG를 적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행위별수가제일 때보다 1.5~2배의 수가를 책정했다라며 해마다 원가조사라는 미명하에 진료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런 행태를 목격했는데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지불제도를 공급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건강보험은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배급하는 형태로 가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 개개인이 마음대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현실에서 지불제도로 건강보험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의사 소견이 아니면 상급병원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는 의료소비자의 행태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계도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이사는 나태한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해야 하고 정부가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설득을 하기 위해 어떻게 주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의료이용 욕구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의료인의 수익과 어떻게 타협할 수 있는지 민감하게 연결된다라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내부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점에도 접근해야 국민과 정부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의 수준 반영 필요성도 의료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 이사는 현재도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현장에서는 평가지표를 직접 공략하거나 전략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경향이 많다라며 환자의 질병을 예방하고 환자 안전을 추구하는 기관 노력에 대해 얼마나 충분하게 보상하고 있는지 등 대안적 지불제도를 의료계 차원에서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치기반 지불제도 개편 관련 거버넌스에 전문가가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며 변화의 시기에 많은 당사자가 보수적으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제도 확산 단계에서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왜곡된 저수가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항소심 "대구 응급환자 수용 거부 위법"…행정처분 취소 판결한 1심 파기
- 영상검사 수가 인하 직격타 영상의학과 "질 관리 유인책 필요"
- 투석협회 '실용' 선언 "현장 문제 해결하는 학회로 거듭날 것"
- 소아의료 회복 마중물? "더 많은 지원, 규제·제한 풀어야"
- "현장 배제 '탁상입법·'징벌적 강제수용' 응급의료 붕괴 초래"
- '490명' 지역의사, 어떻게 선발·교육·수련할 것인가?
- 프로포폴 처방 때 환자 투약내역 확인 '권고'
- 공보의·군의관 줄지 않는 '3년' 복무…의료계, 국회와 여론 환기 총력
- 경북 보건단체, '제13회 캄보디아 해외 의료봉사 해단식' 개최
- 복지부, 비정상·가짜진료 조사 위해 전문가평가제 활성화 추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