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요양병원 잘못 양수했다 62억 과징금 날벼락? 복지부 '패'
법원이 의료기관 양도양수 과정에서 행정처분까지 승계되는 법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정부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현지조사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요양병원 측의 설명만 듣고 양수했다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날벼락 위기에 처한 원장이 기사회생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A요양병원을 양수했다가 행정처분까지 승계 받은 H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H원장이 내야 할 과징금 액수는 62억여원에 달했다.
H원장은 원래 근무하고 있던 A요양병원을 양수하기로 하고 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했다.
A요양병원은 한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에서 지하 2층과 지상 2층의 절반, 지상 3층 전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H원장은 A요양병원의 현지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사실을 모른 채 A요양병원 영업 일체를 6억원에 양수하기로 양도양수 계약서를 썼다. H원장은 우선 계약금 중 일부인 1억 8500만원을 지급하고 요양병원 중 지상 2층 절반 부분(병실, 방사선실, 인공신장실 포함)의 영업시설을 인도받고 요양병원의 기존 인력 중 우선 소속 변경을 희망하는 인력 고용을 승계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의 숫자다.
H원장은 63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신규 개설 후 허가받고 신장투석이 필요한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요양병원 이름도 바꿨다.
문제는 A요양병원은 H원장이 근무하기 전 이미 두 차례나 현지조사를 받고 의료급여 및 요양급여 부당청구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H원장이 양도양수 계약서를 쓸 때는 요양병원의 기존 영업시설을 양도해 그곳에서 새로운 요양병원을 개설 운영하고 사단법인 요양병원의 사업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요양병원 업무정지처분 집행은 새로 이전한 사업장에 국한해 이뤄진다. H원장이 새로 개설한 요양병원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는 결국 H원장이 A요양병원이 업무정지 처분을 알고는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H원장은 총 6억원의 금액을 모두 지급하기 전 계약을 해제했다. 사단법인 대표가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요양병원의 사업장 이전 및 나머지 영업시설 이전의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새 병원 개설 약 1년 만에 A요양병원 양수 운영은 끝난셈인데, 당시 A요양병원은 262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과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집행이 예정돼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법 제28조와 제29조,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와 99조를 근거로 62억여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한 것. 해당 조항은 업무정지처분 효과가 의료기관을 양수하거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 합병으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된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H원장은 사기계약의 피해자로 보일 뿐 A요양병원 영업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보건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영업 양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사실을 오인해 영업양도에 관한 포섭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사단법인 대표자가 요양병원의 업무정지처분 관련 행정소송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업무정지처분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집행되는지를 H원장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라며 알았다면 6억원이라는 거액을 내고 요양병원 영업을 양수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수도계약은 요양병원 영업 일체를 양수하기 위해 체결됐지만 대표자 구속으로 계약이 합의해제돼 효력을 상실했다라며 H원장은 건물주와 새롭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상호와 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수허가자 지위를 양수해 변경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호로 의료기관 신규 개설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요양병원 물적 시설 중 대략 절반쯤을 우선 넘겨받음에 따라 인력 중에서도 우선 소속 변경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서 채용했다라며 원래 인적 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넘겨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의료기관을 양수한 의사가 업무정지 처분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을 인수했음에도 의료인을 보호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H원장 법률 대리를 맡은 김준래 변호사는 관련 규정에는 행정처분을 승계한다는 내용만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라며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을 승계받는 영업양도와 그렇지 않은 영업양도의 요건을 상세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병원양도양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함정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라며 병원의 양도양수뿐만 아니라 장기요양기관의 양도양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법리다. 향후 기망당한 양수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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