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세 개의 묵주: 파티마에서 가족에게로, 외과의사의 귀향
며칠 전 일요일 아침, 국제해부학회발표로 포르투갈 리스본에 내리자마자 시외버스를 타고 홀로 파티마 성모 발현지를 찾았다.
이 곳은 1917년 세 명의 아이들 앞에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특별한 순례지로 여겨진다. 그날 미사는 주교님이 집전했고, 미사 마지막에는 성모상이 제대에서 모셔져 수많은 신자들의 배웅 속에 행진했다. 그 장면은 매우 인상 깊었다.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일제히 흰 손수건을 꺼내 흔들며 작별 인사를 전했는데, 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신앙과 정서가 응축된 상징적 동작으로 보였다. 나 역시 손수건을 들어 조용히 흔들며 깊은 마음의 인사를 드렸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한국에 있는 세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늙으신 어머니, 밤낮 없이 돌보고 있는 아내, 그리고 간호를 돕는 딸. 나는 조용히 성지 기념품점에서 나무 묵주 세 개를 구입했다. 어머니를 위한 것, 아내를 위한 것, 그리고 딸을 위한 것이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기도의 도구이자 마음의 증표로 삼고자 했다.
올해 8월이면 어머니는 만 95세가 되신다. 한 달 전, 우측 결장암 3기(T3N1aM0)로 수술을 받았다. 고령 환자에게 대장 절제술은 부담이 크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수술 이후 배변 조절과 요실금 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계신다. 심신이 모두 약해진 상태다. 현재는 하루 다섯 시간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돌보고 있으나,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아내가 책임지고 있다.
아내는 산부인과 전문의다. 병원에서 일하는 동시에, 집에서는 환자인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내 어머니이지만 지금은 사실상 아내의 환자다. 위생 관리, 약 복용, 재활 보조까지 모두 아내 손을 거친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데 딸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의사 국가고시를 앞두고 있는 딸은 잠시의 틈을 내어 요양과 간호를 돕고 있다. 기저귀 교체나 배설물 정리에 주저하지 않고, 감정적으로도 할머니에게 큰 위안이 되어준다. 세 여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일상의 돌봄은 단순한 간병을 넘어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근본적인 기능을 되새기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0년 전, 1968년,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아버지는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당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단순한 치질 수술 후 패혈증으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39세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세 아들을 혼자 키우셨다. 지금처럼 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시대도 아니었고, 돌봄 인력도 부족했다. 그 시절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모든 부담을 감내하며 세 아들을 건사하셨다. 그리고 지금, 그분이 이제는 우리 가족의 보호와 간호를 받는 자리에 계신다.
외과의사로서 나는 그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해 왔다. 칼을 들고 조직을 절개하며 생명을 살리고 기능을 복원해왔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마주한 이 일상은, 메스가 아닌 가족의 손, 인내, 그리고 사랑으로 이루어진 치유다. 파티마에서 구입한 세 개의 묵주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종교적 물품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담은 기도와 다짐의 표식이다.
어머니의 묵주는, 남편을 잃고 세 아들을 키워낸 그 긴 세월의 고단한 희생을 위한 것이다.
아내의 묵주는, 직업인으로서, 며느리로서, 돌봄 제공자로서 지금 이 순간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그녀의 헌신을 위한 것이다.
딸의 묵주는, 아직 의사로서의 삶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이미 환자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을 체득하고 있는 그녀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제 곧 어머니께 이 글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시력이 흐릿하고 인지력이 조금씩 저하되고 있지만, 아들이 파티마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품고 돌아왔는지를 어머니가 직접 읽고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묵주를 손에 쥐며, 아들의 기도와 감사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을 느끼시길 바란다.
가톨릭 신자로서, 외과의사로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로서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은총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삶의 말기, 질병, 돌봄, 가정, 신앙 - 이 모든 것이 교차하는 이 시기야말로 인생의 깊이를 가장 또렷이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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