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세브란스 주4일제, 퇴사 절반·태움 완화…2년 실험이 만든 변화
세브란스 주4일제 실험이 가져온 효과는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의료기관 중 가장 먼저 주4일제를 실험한 세브란스병원 시범사업 2년 결과, 병원 퇴사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는 통계 지표와 간호사들의 태움이 줄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이번 정부가 OECD 평균 이하 노동시간 실현을 내세운 만큼 세브란스 시범사업에 대한 지속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쏟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2년 결과와 함의토론회를 개최, 지난 2년간의 주4일제 시범사업의 성과를 보고했다.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은 2023년부터 시작해 만 2년을 넘었다. 3개 병동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5개 병동으로 늘었고, 향후 용인세브란스병원까지 확대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
퇴사율 19.5%7% 환자 만족도조직문화 개선도 통계로 확인
토론회에서는 시범사업이 진행된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 기간 동안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연구원 대표로, 주요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4일제 시범사업이 직장 생활 만족도는 물론 퇴사율, 연차병가 사용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통상 퇴사율이 높은 3년 미만 연차를 기준으로, 퇴사율은 시행 19.5%에서 7%로 이전 2년과 비교하면 12.5%p가 감소했다. 퇴사율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것. 주5일제 병동역시 퇴사율이 감소했는데 기존 12%에서 8%로 단 4%p 감소에 그쳤다.
병가사용과 연차, 생리휴가 사용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주4일제 실험 병동의 병가비율은 시행 이전 2년과 비교해 3.05일에서 2.2일로 1일이 감소했다. 비교군인 주5일제 병동의 경우2.8일에서 3.5일로 0.7일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시범사업이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주4일제 실험 병동 연차휴가 사용은 2년전보다 5일이 증가했고, 주5일제 병동은 8.6일이 증가했다. 생리휴가의 경우 실험 병동이 0.1일 증가, 비교병동이 1일 증가했다.
주4일제 시범사업이 태움을 줄였다는 현장 증언도 나왔다.
3차례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동임 강남세브란스병원 52병동 간호사는 간호사의 경우 직업 특성상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고, 업무시간이 많이 때문에 날이 서있는 경우가 많다. 태움이라는 것도 들어보셨을텐데, 이러한 영향이 크다며 주4일제 시범사업 이후, 동료의 실수를 이해하고 좀 더 예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분위기가 상당히 유해졌다고 전했다.
수많은 퇴사자를 옆에서 지켜봤던 고경민 세브란스 내과 191병동 간호사의 경우 일주일 사이 4명이 퇴사한 적도 있었다고 전하며 특히 육아를 하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매일 10시간 가까이 일을 하다가 육아만 반복하는 생활은 삶의 균형을 잃게 한다는 점에서 큰 고민을 안겼다면서 많은 간호사들이 퇴사를 택했던 이유를 밝혔다.
육아와 일에 대한 균형이 잡혔다는 점이 가장 큰 시범사업의 장점이었다고 전하면서, 주4일제의 유일한 단점은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이직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주4일제 근무자의 1년 이내 병원 이직 의향은 17.4%에서 12.5%로 4.9%p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도는 1.4%p가 증가했고, 직장생활 만족도는 무려 10.1점p가 증가했다.
병원 조직 차원에서 봤을 때, 퇴사율을 감소하는 것 외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환자가 진행한 친절 평가 점수를 통해서다.
지난 2년간 주4일제 근무자의 환자 보호자 친절향상은 8.7점에서 57.1점으로 크게 상승했고, 환자 보호자 의료서비스 질 향상은 17.4점에서 61.9점으로 역시 크게 높아졌다. 의료 및 안전사고 위험성은 30.4점에서 38.1점으로 오히려 상승했는데, 비교군인 주5일제 병동이 23점에서 44.2점으로 크게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무 소통 및 협업 개선의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주4일제 근무자의 점수는 50.2점에서 60.3점으로 개선됐다. 시간 압박 및 재촉에 대한 경험도 100점에서 96.9점으로 미세하게 감소했다. 주5일제 근무자의 경우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좋은건 알지만경영상 어려움 호소한 세브란스 지원제도 필요
많은 장점에도 불구, 병원은 쉽사리 해당 시범사업을 지속하겠다거나 확장하겠다고 결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의 부담때문이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3교대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은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면서도 병원은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마주해야 했다. 필수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병원 특성상 인력 충원 없이는 주4일제를 온전히 관철시키기 어려웠다.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 또한 기관으로서 적지 않은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계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했던 사회적 책임을 갖고 제도를 지속해 왔다면서 이제는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4일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축사에서 병원장님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 그래도 세브란스가 시범사업을 잘 하고 있다는 데 뜻이 깊다. 결국에 가야할 길이기에 순조롭게,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제도적 차원의 지원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토론자 중 유일하게 사측에서 나온 권영식 연세의료원 인사국장은 병원 입장에선 교대 근무를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사실 4.5일도 굉장히 큰 부담이다. 주4일제의 경우, 한 병동을 운영하려면 1년에 1억원이 들어간다. 5병동을 3년간 운영하면서 15억 정도의 인건비가 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원 중인 교대제 시범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같은 목적으로 시행된 주4일제에 대한 지원과 해당 제도 들을 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영식 인사국장은 대부분의 병원 정책은 정부에서 수가로 컨트롤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주4일제는 수가로 컨트롤 하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며 시범 사업을 통해 지원을 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접근한다면 병원 경영상에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대제에 4일제 더하면? 엄청난 인력 확충 필요정부 전국 확대 신중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의 긍정적 효과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타 직역이나 전국 단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신규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전담간호사 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스케줄 변동성, 낮은 예측성에 대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대제 지원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제한을 중점 정책으로 삼고 있는데, 여기에 주4일제까지 진행된다면 엄청난 간호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4일제나 4.5일제 등은 현재 국가적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의료직장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병원의 주4일제는 근로자의 근무 여건 개선 외 환자에게 끊김 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전체 병원 노동자에 어떤 방식으로 녹일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의 지점과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는 과제가 또다른 고민이라며 전국적으로 보면 상종에서는 조금 더 적은 환자지만 중증도가 높아 강도가 높고, 지방이나 중소 병원의 경우 중증도는 낮지만 근로시간 중 봐야하는 환자 수가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부분을 모두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털어놨다.
- 항소심 "대구 응급환자 수용 거부 위법"…행정처분 취소 판결한 1심 파기
- 영상검사 수가 인하 직격타 영상의학과 "질 관리 유인책 필요"
- 투석협회 '실용' 선언 "현장 문제 해결하는 학회로 거듭날 것"
- 소아의료 회복 마중물? "더 많은 지원, 규제·제한 풀어야"
- "현장 배제 '탁상입법·'징벌적 강제수용' 응급의료 붕괴 초래"
- '490명' 지역의사, 어떻게 선발·교육·수련할 것인가?
- 프로포폴 처방 때 환자 투약내역 확인 '권고'
- 공보의·군의관 줄지 않는 '3년' 복무…의료계, 국회와 여론 환기 총력
- 경북 보건단체, '제13회 캄보디아 해외 의료봉사 해단식' 개최
- 복지부, 비정상·가짜진료 조사 위해 전문가평가제 활성화 추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