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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의대생들의 복귀와 '소주형 두통'

최승원 편집국장2025.08.10 00:30
ⓒ의협신문

소주, 아아! 소주.

소주에는 와인과 위스키로 대체될 수 없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다.

대중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오랜 세월 함께 한 탓인데 희(喜)와 낙(樂)과도 어울리지만 노(怒)와 애(哀)의 날들을 우린 소주에 의탁해 견디어 냈다.

식량 자급을 위해 1960년대 쌀을 원료로 한 주조가 금지되면서 소주는 고구마와 감자 전분 등을 주정으로 삼은 희석주로 살아남았다. 최근에는 원가절감을 위해 수입 타피오카로 주정을 대체하며 한 병 가격을 이천원 안쪽에서 방어해 냈다.

짜장면 한 그릇이 일만원 언저리인 물가를 감안하면 돈없고 고달픈 이의 지출한계선을 소주는 성공적으로 사수했다.

회사동료와 다투고 나서 화해하자며 마시는 술은 으레 소주였다. 소주를 마시며 화해했다 다시 싸우고 또다시 화해했다가다투기를 반복했다. 밤새 사장과 팀장을 욕하고, 인사평가 기준을 욕하고, 여당야당을 욕하고,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를 욕하고, 젊은 꼰대와 꼰대 선배를 욕했다.

이 헛된 폭음의 대가는 실로 가혹했다. 다음날 두통으로 머리가 쪼개질 듯한데 이 가공할 소주형 두통은 어제 자신을 폭음하게 만들었던 고민과 고통조차 흐릿하게 만든다. 당면한 고통으로 유보된 고통을 밀어내는 이런 임시방편이 요즘들어 소주의 단점인지, 장점인지 헷갈린다.

40년 지기 친구가 25학번 의대생 아들과 소주를 마셨다고 애기해줬다.

의대 합격의 기쁨은 유급과 제적을 오가는 아들의 고달픈 사정 탓에 소주 한잔으로 간소화됐다. 최근들어 가을학기와 졸업입영 특례 등으로 교육정상화가 대강이나마 논의되며 부모는 한숨돌렸지만 의대생 아들이 앞으로 겪을 고난에 속상해하며 나를 불러 또 소주를 마셨다.

휴학파와 비휴학파, 수업 참여파와 거부파, 서약서 제출파와 미제출파, 강경파와 협상파, 그밖에 분류되지 않는 이런, 저런파로 찢긴 작게는 한 교실, 크게는 한 세대, 더 크게는 한국의료시스템이 안으로부터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린 갑론을박했다.

잃어버린 1년이란 물리적 시간보다 미래 의사들의 사회에 대한 실망감과 동료와 스승에 대한 불신, 의업에 대한 냉소가 더 큰 부실이 돼 한국의료시스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기성세대의 대책없는 갑론을박과는 상관없이 복귀한 의대생들은 한국의료의 미래를 여전히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복귀하며 의대생들은 학생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의대 학장님과 교수님, 총장님과 교직원분께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학내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관계에 적지 않은 상처가 남았겠지만, 그 상처를 조금씩 보듬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로 화합해 나가겠다라고도 했다. 미래 의료인으로 봉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의학도로 성장하겠다라고도 말했다.

감사와 신뢰, 치유와 존중 그리고 책임과 성장을 얘기하는 젊은 미래 의사들의 복귀의 변은 맥락없는일부 기성세대의 훈수를 더볼품없게 만든다.

코로나로 봉쇄된 시간을 견뎌낸 끝에 시집을 내며 시인 류시화는 말했다.

오로지 희망에 의지했던 절망이여, 이제는 안녕!

의대생들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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