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수가인상률이 물가인상률 3.6배? '숫자 왜곡' 논란
지난 10년간 의료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한다는 한 교수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애초에 계산식에서 발견된 오류에 더해 통상적으로 수가 상승을 언급할 때 의미하는 환산지수 인상률이 아닌 모든 가격적 요소를 포괄하면서, 지나치게 수치를 부풀렸다는 이유에서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의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가능한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지난 10년간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 가격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비싸졌음에도 환자들의 보장률은 60% 정도로 낮아,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위한 근거 자료로언급한 것이다.
김진현 교수는 최근 10년간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21.2%을 보였는데, 수가는 76.4% 증가해 3배 이상 올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가 발표한 자료의 수치는맞는걸까?
의료공급자단체와 보험자는 매년 수가협상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수가협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정확히는 환산지수를 협상하는 제도다. (행위)수가는 의료행위마다 매겨진 점수인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곱한 뒤 가산율을 적용한 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가 인상률이라고 하면 통상 환산지수 인상률을 의미한다.
김진현 교수 역시 이날 제시한 자료에서 환산지수와 수가의 차이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계산에 사용한 수가 인상률에는 환산지수 인상률 외 수치를 포함하고 있다.
즉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수가인상률이 환산지수 인상률을 의미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모든 가격적 요소를 포괄해 의료 수가라고 명시, 혼돈을 준 것이다.
김진현 교수가 상대가치로 분류한 점수의 증가율에도 의문점이 있다.
상대가치는 일정기간에 한 번씩 개편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급여 진료에 포함되는 의료행위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숫자다. 총점이 정해져 있고, 각 의료행위들의 상대 가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의료계는 총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총점고정 방식을 적용 중이다.
김진현 교수가 상대가치 인상률을 49.1%라고 계산했는데, 상대가치가 총점고정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보험국 관계자는 김 교수가 적시한 수치에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으로 인한 비급여의 급여 전환, 예를 들면 선택진료비 폐지, 초음파검사 급여화, MRI검사 급여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이 경우라면, 상대가치의 개념을 보장성 강화에 따른 급여 확대 개념과 혼용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보험국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와 비교해 건강보험 수가를 언급하고자 한다면 환산지수만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상대가치점수의 변동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면 각각의 요인과 출처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보장성 강화로 인해 기존에 비급여에 포함됐던 의료행위가 급여에 포함될 경우, 기존에 없던 의료행위가 추가되기 때문에 급여 진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상은 평소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비용을 자유롭게 측정해 활용해 왔던 것을 급여로 적용하면서, 해당 의료행위의 가격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김진현 교수가 이날 짚은 메인 주제가 보장성 강화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크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보장성 강화를 할수록 의료행위료는 더 올라가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 없는 숫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산지수 인상률만 놓고 봐도 그의 계산은 이미 틀렸다.
그는 20142024년을 기준으로, 환산지수 증가율이 27.3%라고 했지만 실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그보다 적은 23.8% 수치가 나온다.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료비 바로미터인 의원급 초재진료를 통해 계산해보더라도, 의원급 2014년도 초진료 1만 3580원, 재진료 9710원에서 2024년 초진료 1만 7610원, 재진료 1만 2590원으로 29.6%가 인상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공개된 수치를 계산하는 데 있어서도 버젓이 계산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진현 교수의 발표내용인 수가인상률은 소비자 상승률의 3.6배에 달함이라는 주장은 수가 인상률은 23.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1.2%와 유사하다는 사실로 바뀌어야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기준년도와 환산지수 기준년도를 다르게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2014년을, 환산지수는 2013년으로 계산했다.
이같은 김진현 교수의 숫자 호도는 불필요한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고, 그가 토론회에서 주장한 보장성 강화를 공격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정정돼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저임금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의료수가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은 2014년 521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89.2%가 인상됐다. 이와 비교한다면 수가 인상률은 턱없이 낮은 23.8% 증가에 그쳤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태 대한의사협회 감사는 7일 SNS를 통해 의료행위의 복잡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법적 리스크와 감정노동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수가는 이러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진료가 패스트푸드보다 낮은 가격에 평가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GDP와 단순 비교해 수가를 문제 삼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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