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폭행 피해 외상외과 교수의 '결심'…재고소 선택한 이유는
올해 초, 김진주 아주대병원 교수(40,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는 환자 보호자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스스로의 분에 못이겨 김 교수를 향해 하얀색 운동화를 날렸다. 하얀 운동화는 김 교수의 배를 가격했다. 욕설은 덤이었다.
운동화가 아니라 칼이었다면이라는 오싹한 생각이 퍼뜩 김 교수의 머리를 스쳐갔다.
말이 보호자이지 그는 아내를 향해 칼을 휘두른 가정폭행범이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남편이 휘두른 칼에 팔을 깊게 베여 외상센터를 찾은 환자(아내)의 팔을 치료하고 있었다. 김 교수가 보호자 대기실에 있던 A씨와 그의 가족(환자의 직계 가족이 아니었다)에게 경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운동화를 날리는 폭행이 발생한 것이다.
김 교수는 31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주취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욕을 하는 일은 사실 응급, 외상 의사에게는 일상다반사다. 정신지체 환자가 얼굴을 때리는 일도 있었다라며 오히려 그런 폭행에 의료진은 덤덤하다.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폭행 가해자가 병원에 있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2차를 가해하는 상황은 처음 겪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발생 후 시간은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김 교수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의 배를 때린 것은 운동화였지만, 칼이었다면이라는 공포심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졌다. 하얀색 운동화가 칼로 변해서 배에 맞는 꿈을 여러 차례 꾸는가 하면 한동안은 당시 상황이 떠올라 신발가게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아이 운동화라도 사려면 진정제를 처방받아서 먹고 가야 했다.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는 환자 발 쪽을 보지 못했고, 지하철을 탈 때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아이는 엄마를 잃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한다.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받고 있다.
그에게 깊게 남은 트라우마와는 달리 경찰의 수사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고, 검찰도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은 불과 열흘도 채 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A씨를 상대로 모욕 업무방해 응급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다시 고소했다.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또다시 형사 고소를 진행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추가 고소를 결심한 것. 동시에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기로 했다. 성남시의사회 김경태 회장의 조력이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도 민사 소송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김 교수는 경찰이 사건 발생 3~4일 만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그 흔한 조사 절차도 없었다. 검찰도 단시간에 약식 결론을 냈다라며 부당함을 주장할 기회조차 없었고, 그래서 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을 다시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혹여나 결과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의료진 폭행에 대한 적극 대응 과정이 사례집으로 만들어져 같은 피해를 당한 동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진주 교수의 추가 대응 결심에는 수사 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 그는 국민 신문고에 가정폭력 가해자가 병원에 들어와 있도록 한 상황 등 경찰의 초기 대응 부실함을 지적했다. 경찰도 부실함을 인정하고 관련 사례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한다.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는 동료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진료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도 더했다.
그럼 바람은 국회에도 전달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 상담 중 발생하는 폭행, 응급실이 아닌 장소에서 의료진 폭행 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 교수도 안철수 의원실을 직접 찾아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주 교수는 응급의료는 응급실이라는 공간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수술실, 복도,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폭행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라며 나아가 병원에 상주하는 보안요원이 폭행 사건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숙련된 외상외과 의사를 키우는 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해당 의사가 폭행으로 다치기라도 한다면 이들이 진료하고 있던 다수의 외상 환자까지 피해를 입는다라며 미국은 의료진 폭행을 무겁게 다루고 있다. 30개주 이상이 중범죄로 취급하고 있고, 작년에는 공화당과 무소속 의원이 의료진 보호를 항공산업 종사자와 동등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과 함께 의사 폭행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폭행은 의사가 견뎌야 할 당연함이 아니다. 근로 현장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군 모두 폭행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며 의사는 환자를 고쳐야 하는 사람이지만 이들에게 단순히 사명감만을 강조하며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필수의료를 하는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소신진료를 펼칠 수 있어야 소외되고 있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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