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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의사는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장2025.07.29 09:27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장 ⓒ의협신문
장성구 전 대한의학회장 ⓒ의협신문

인류 역사에 새겨진 정치란 정(正)과 사(邪)의 충돌이다.

정치적 권력자가 아름답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분식한 사(邪)를 정(正)으로 윤색하여 옳다고 주장하면 국가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결국 그 정권은 몰락하였다. 이때 위정자(僞政者) 혹은 헛된 지도자는 현란한 말솜씨로 백성을 농락해 왔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는 일찍이 이런 일을 엄중히 경계하였다. 즉 마음 깊이 심성의 수양을 전혀 하지 않은 자가 겉으로 학식이 뛰어나게 보이고, 말로서 자기를 아름답게 위장하면 대부분 사람은 그를 대단한 지도자나 훌륭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렇게 천박한 지식과 헛된 미사여구(美辭麗句)의 말만 하는 자를 향원(鄕原)이라고 한다.

공자는 이런 자를 인륜 도덕의 근본인 인(仁)을 도둑질하는 자라고 단정하였다. 역사상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겉만 번지르르하고 현란한 거짓말에 속은 국민은 허황한 자를 국가 지도자로 선출함으로써(예 히틀러) 결국 패망과 함께 국민은 질곡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고통을 받아왔다.

말이 진실을 외면했을 때 우리는 허언(虛言) 또는 망언(妄言)이라고 한다. 이런 말의 주체는 반드시 한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적 파장을 초래한다. 종국에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없는 발언자는 필연적으로 추락의 쓴맛을 보게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질곡의 괴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치유되기 힘든 깊은 상처만 남기고 있는 의정 갈등은 윤석열 정부가 황당한 이유로 의료계를 윽박지름으로써 시작된 전대미문의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다. 이제 3년이란 세월에 접어든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막무가내식 내지르기 정책이었다.

정부 권력과 야합한 아첨꾼들이 의사와 의료계를 대상으로 모든 것을 자기들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파렴치한 권력의 야욕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들의 정책에는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하며 비이성적인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배어 있었다. 저들의 행위를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저렇게까지 무식할 수 있을까? 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그런가 하면 지난 2년 동안 의료계 내부에서는 엄청난 갈등의 소용돌이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많은 문제가 일시에 도출되었다. 의료계의 수많은 직역이 제각각 목소리를 낸 것은 직역의 대표성을 고려할 때 조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의사나 의과대학 교수 개개인이 전혀 정제되지 않고 책임질 수도 없는 말을 내던지듯 뱉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우리 의료계가 안고 있는 오랜 고질병이다. 이는 마약중독보다 더 지독한 자기애 중독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는 상식을 벗어난 막말이 회자하며 서로 간에 얼굴을 붉혔다.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사람의 순화되지 못한 막말을 필두로 전공의 대표가 내뱉은 기상천외의 말이 난무하여 의사의 인격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많은 막말 중에 대학 교수들은 전공의의 중간착취자라는 천박하고 어이없는 말은 필자의 가슴에 엄청난 옹이가 되었고, 억장이 무너져 삶의 회한을 맛보게 하였다.

더하여 저명한 국립 의과대학 교수의 일부는 이 말에 대하여 전공의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황당한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저런 천박한 말이 제자들 입에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으로 전공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았지만, 이 흉한 말의 정당성이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필자는 정년퇴직까지 34년 18일을 대학에 봉직했다. 이 말대로라면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수많은 제자의 피를 빨아먹은 착취자였다는 말이다. 거울을 통해 착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허탈에 빠졌다.

전공의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대정부 투쟁에서 세 결집을 위한 강한 투쟁적 언어의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요망(妖妄)한 언사이고 망발이다. 대한민국 의료계 역사에 깊은 상처로 남을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국민의 눈에 비친 의과대학 교수의 모습은 물에 빠진 촉새 꼴이 되었다.

이번 의정 갈등을 통해서 의사를 아주 비하하는 말로 의새라는 발언을 보건복지부 차관이란 자가 했다. 참 처참한 일이다. 여기에 의사 스스로가 제 스승을 향해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망언을 내뱉었으니, 앞으로 의과대학 교수를 조롱할 때 쓰는 말로 붙박이가 될 듯하다.

다시는 생각하고도 싶지 않은 이 말을 잊으려 했지만, 귀 언저리에 맴돈다. 의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이념투쟁을 삶의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나 나옴 직한 말이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절망과 좌절을 안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사의 말은 신중해야 하고, 의사는 그렇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흔히 환자 치료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rapport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배웠다.

이런 rapport의 형성에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말이다. 신뢰할 수 있고, 상대방을 존경하고, 격조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스승답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격을 송두리째 멸시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는 없는 것이다. 판단의 객관성도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써서는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하기 힘들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당차게 내뱉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천한 만용이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진부한 내용 같지만, 그 뜻의 귀중함은 변함이 없다. 인류의 사표가 되는 수많은 성현이 말의 중요성을 왜 그렇게 강조해 왔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듯하다.

말 한마디의 실수로 개인의 명예나 경력이 영원히 손상된 사례는 역사상 꽤 많다. 정치인, 예술가, 학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언(失言) 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경우가 있다. Lawrence Summers 하버드 대학 총장은 여성이 과학과 공학에서 남성보다 뒤처지는 것은 타고난 능력 차이일 수 있다.라는 말 한마디로 총장에서 물러났다. 용감한 자기 개인적인 주장이었을지 몰라도 이 말의 사회적 맥락에 무지했던 결과의 오점을 남겼다.

Kanye West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구호 생방송 중 조지 부시는 흑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발언해서 엄청난 논란과 동시에 흑인 사회에서 영웅이 되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는 정치적 인물로 낙인되면서 음악보다 정치적 논란으로 더 유명해지면서 반짝하는 유명세를 얻었는지 몰라도 음악가의 정체성에 혼란 초래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해야 할 말을 안 하고 침묵함으로써 비난을 받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침묵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것과 망언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흔히 말하기를 의사는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 말은 분명 잘못된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의사가 망언과 망발하면서 본인은 물론 전체 의사를 매도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의사의 사회성 부족의 증례가 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사는 신중하면서도 논리 있게 그리고 격조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워야 한다. 삶의 기본인 가정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학교 교육과 품격 있는 사회활동을 통해서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허공을 떠도는 망언은 보이지 않을 뿐 그 소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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