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비대면 진료 초진했다가 하마터면…내과 원장의 서늘한 경험담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다. 초진 허용은 특히 안된다.
의료계가 제시하고 있는 비대면진료의 대전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제도에 없는 비대면 진료는 전면 허용하고 있다. 국회는 언제까지고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수 없다며 법제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실상 초진도 허용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비대면 진료, 그중에서도 초진의 위험성을 직접 목격한 개원의사의 경험담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L원장은 흉통으로 내원한 단골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25일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환자가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가 전하는 위험천만했던 환자 이야기는 이렇다. 주말을 지내고 한 주를 시작하는 어느 월요일, 60대의 남성 환자가 흉통을 호소하며 L원장이 있는 의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주말부터 흉통이 심하게 있었고 비대면으로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아 약국에 직접 찾아가서 약을 받아사용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평소 단골 환자였던 터라 L원장은 그의 병력을 알고 있었다. 환자는 변이형 협심증을 앓고 있었다.
L원장은 병력이 있는 환자라 흉통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환자라며 주말에는 의원 문을 닫으니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로 니트로글리세린 처방을 받았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흉통이 있다고 니트로글리세린을 먼저 처방해 달라고 한다면 환자의 병력을 의사가 먼저 물어보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안내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비대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협심증 환자에게 혈관 확장을 위해 사용하는 약이다.
L원장은 주말을 무사히 지내고 온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혈관조영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혈관조영술 결과 동맥경화도 있고 혈관 수축도 보여 환자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L원장은 니트로글리세린으로 통증을 잠깐 가라앉힌 거고 환자가 운이 좋아 산 것이라며 물론 의사도 운이좋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으면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보호책도 없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한 의사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보고율은 미미하고,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없다는 게 보건복지부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달 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이뤄진 비대면 진료 2만 6000건 중 5건 정도의 신고가 있었는데 모두 심각한 위해 사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L원장의 경험처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비대면 진료의 초진 위험성을 짚고 있다. 개원 12년차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발열과 복통이 있으면 감기와 장염이 대다수지만 흔치 않게 뇌 수막염, 비정형 폐렴으로 발전하는 케이스를 무시할 수 없다라며 청진과 촉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와 의사소통도 어렵고 부모 말만 듣고 진단, 처방 하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L원장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불가피하다면 보조적으로 재진 환자에 한해서 해야 한다. 대리처방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실인데 비대면 진료도 그 정도 수준의 엄격함은 갖춰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65세 이상, 18세 이하에 초진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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