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진찰(診察)
주영만 시인(경기 광명우리내과의원)이 네 번째 시집 진찰을 펴냈다. 주 시인은 지난 1991년 문학사상에서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발을 들여 놓은 후 그동안 노랑나비, 베란다 창틀에 앉다(2001) 물토란이 자라는 동안(2021)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다(2024) 등 세 편의 시집을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사람을 보여준다. 시인은 육체라는 대상을 통해 포착한 인간이라는 표상이 어떻게 심상화되는가를 다양한 변주 방식으로 그려낸다.
시인은 진찰에 그만의 휴머니티 세계관을 투영한다. 그 속에 담긴 68편의 시작들은 한 폭의 점묘화가 된다. 점점히 찍힌 화폭에서 따스하고 부드러운 살결의 촉감을 느낀다.
의사로서 대상화된 환자는 단순히 질병이나 고통에 대한 진료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으로서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공감이 그들의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시인은 몸과 마음을 함께 어루만지는 심의(心醫)가 되고, 그의 시를 읽으면 마음으로부터의 치유와 위로를 받는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의사도, 시인도, 그 한 가지라도 너무 버겁도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발만 담가놓고 숨었던 것, 도망가서 숨으려고만 했던 것은 아니었나? 되물음에는 오랜 시간 시인을 괴롭혔던 고뇌을 엿본다. 그리고 연작시 형태의 시집 진찰을 갈무리했다.
김연종 시인(내과전문의)은 마법의 시어들이 68개의 진찰에 촘촘히 박혔 있다고 평했다.
여기, 독특한 방식의 진찰診察이 있다. 의학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그 자리에 인간사를 가미하여 새롭게 선보인 진료 레시피다. 열이나 안색, 혹은 혈압 같은 것들을 가만가만 살펴보다가 그늘진 하루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또 눌러 보고 두드려 본다. 시진(詩診)이자 문진(文診)이다.
바스락 메말라 버린 가슴에 청진기를 들이대는 전통적 진찰법으로 환자의 내면까지 살피기엔 역부족이다.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의사가 굴곡진 환자의 몸과 마음을 조곤조곤 어루만진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황금 레시피를 선사한다. 간혹 시원한 답을 못 얻으셨다고 화만 잔뜩 내고 가버린 환자도 곰곰이 그의 비법을 따져 보고는 며칠 후에 또 오신다.
주영만 시인은 의사와 환자와의 소중한 감정, 혹은 관계 등을 아름답고 처연하게 풀어낸다. 고통 중에도 미소 짓게 하는 마법의 시어들이 68개의 진찰에 촘촘히 박혀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선보인 적 없는 의사 시인의 모범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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