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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6년 입법공백...“언제까지 논쟁만”

이승우 기자2025.07.11 16:06
11일 한국여성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임신중단 관련 법적 공백 해소 방향과 과제 대토론회'. ⓒ의협신문
11일 한국여성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임신중단 관련 법적 공백 해소 방향과 과제 대토론회. ⓒ의협신문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6년이 넘게 후속입법이 되지 않아 입법공백 장기화로 법적, 사회적, 의학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을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법조계의 주장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오랜 사회적법적 논쟁을 거쳐 결국 헌재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고 실질적인 법적 후속조치를 하루빨리 마련해 사회적 혼란과 손실을 끝내야 한다는 것.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1일 임신중단 관련 법적 공백 해소 방향과 과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후속입법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위협, 그리고 의료인들의 법적 책임 부담과 불법적인 낙태약 복용 문제 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홍순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의협신문
홍순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의협신문

이날 토론회에서 홍순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낙태 관련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하지 않는 의학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법률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구체적 법정비를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홍 교수는 먼저 모자보건법의 대상에서 태아를 포함하는 것과 임산부 자궁 내의 태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학적 지원을 하는 것이 모자보건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인공임신중절 허용한계는 정비 후, 모자보건법에서 임공임신중절을 삭제하고, 해당법은 형법으로 옮기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또 모성과 영유아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고위험 임산부 중환자실의 시설, 장비,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과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한 분만 관련 의료소송 국가지원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재는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모성 사망률이 증가하는 시대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분만 인프라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임신 예후가 안 좋은 결과(모성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등)에 대한 의료 소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임산부의 안전과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자보건법은 모성과 태아,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출산과 양육을 도모하는 법이라면서 이 목적에 반대되는 어떠한 법률안도 모자보건법에 포함돼서는 안 되며, 예를 들어, 약물 낙태 도입 등이 모자보건법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준비 안 된 임신은 없다, 준비 안 된 사회가 있을 뿐

최안나 한국의료정책학교 교장(강릉의료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의협신문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강릉의료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의협신문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강릉의료원장, 산부인과 전문의)는 낙태 문제의 본질은 법적, 사회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본질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 불법 약물을 먹고 집에서 아이들을 낳고 유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법적, 사회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

최 교장은 70~80년대 정부에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성들이 낙태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여성의 건강과 태아 생명권 중심으로 모자보건법을 만들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모성과 태아의 건강은 도외시 한 채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출산 억제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발전은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을 딛고 이뤄진 것이라며 (이제 사회가 발전해) 여성계에서는 전 주기 낙태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종교계에서는 단 한 건의 낙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사들에게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몇 주 태아까지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환경에서 임신했어도 존중 받으며 당당하게 출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낙태, 난임,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준비 안 된 임신은 없다, 준비 안 된 사회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입법공백 장기화에 대한 문제점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조속한 법적 정비 촉구했다.

한지윤 한국여성변호사회 생명가족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은 202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형법상 임신중단 처벌 조항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아, 입법 공백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의료진은 인신중단 시술 시행에 법적 책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합법적이고 안전한 시술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 특히 미성연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불법 임신 중단 약을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SNS나 중고 거래 등을 이용해 불법 임신중단 약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며 부작용에 대한 장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적 공백 상태가 계속된다면 사회적 혼란은 더욱더 가중될 것이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헌법적으로 보호하고자 했던 권리들이 오히려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면서 무엇보다 임신중단과 관련한 법적 공백 상태를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박진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는 헌법재판소가 숙고 끝에 선고한 낙태죄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철저히 존중해 헌재가 인정한 낙태죄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해 형법상 낙태죄에 관한 규정이 세밀하고 조화롭게 마련되고, 그를 토대로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정부는 2020년 10월 7일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안을 입법예고해 후속입법을 추진한 바 있다. 개정안 골자는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하되, 임신 중기인 15주~24주 이내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만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신중단 허용 입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에 사유 제한 없이 모든 임신중단이 가능해져 임신중단을 전면 자유화한다는 의견과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단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는 의견 등이 대립했다.

그 외에 개정안의 임신중단 허용주수의 적정성과 관련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무분별한 임신중단 예방을 위해 조건 없는 임신중단 허용 시기를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임신중단 허용 시기를 축소해 허용해야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결국 사회적 이견이 좁히지 못하고 해당 개정안은 2020년 12월 31일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최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2024년 6월 14주를 기준으로 임신중단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 작업과 인공임신중단 허용 한계를 형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있기도 했지만, 법무부는 이와 같은 기사에 관해 현재까지 개정의 방향이나, 구체적 내용,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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