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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이바노프스키와 한의학 그리고 신속항원검사

최승원 편집국장2025.07.07 11:08
ⓒ의협신문

1892년 러시아의 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는 담배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뱃잎을 갈아 세균 여과기를 통과한액체가 여전히 다른 식물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사 기관이 없어 대사 활동은 하지 않지만 엄청난 번식력을 가진 생물도, 그렇다고 무생물도 아닌 이 존재의 발견은과학사적 사건이었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실물을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30년대초 전자현미경이 발명된 뒤였다.

서구의 근대 과학은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을 쉽게 신비화하지 않고 자연과학적 인과론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미덕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코로나19 바이러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의 상용화는 바로 100여년 전 이바노프스키의 실험에 직접적으로 신세지고 있다.

질병은 주술이나 신비의 힘이 아닌 병원체가 일으키는 자연과학적 현상이란 사상에 입각해 자신의 가설을 당시 과학 수준 안에서 끝까지 밀어붙였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담배모자이크병을 감염시킨미지의 병원체를이바노프스키가 전제할 수 있었던 건 또 그보다 200여년 앞서 세균의 존재를 입증한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덕이다.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질병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근대적인 생각에서 탈피해 파스퇴르와 코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병원체, 즉 세균에 의한 감염 현상이란 점을 입증했다.이들의 발견 역시 그보다 앞서 생물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발견한 로버트 훅이 있었기에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근대 화학을 정립한 파라겔수스의 성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형의 반을 가르면 그 보다 작은 같은 모양의 인형이 나오고 그 인형의 반을 또 가르면 또다른 인형이 나오는 마트료시카처럼 현대 의학은 지금의 문명을 가능케 했던 빛나는 발견과 성취를 시대 순으로 품고 있다.이 끝없이 연결된 고리들은 하나의 뿌리를 기반으로 나무를 이루고 우리는 이 나무를 패러다임이라 부른다. RAT는 이렇게 현대 의학적 패러다임과 세계관을 뿌리삼고 뻗어나간 가지에 맺힌 하나의 열매다.

한의학은 1천년 전 황제내경부터 500년 전 동의보감에 이르기까지 음양과 오행, 기(氣)와 혈(血) 등의 균형과 조화 등을 치유의 근원으로 보며 현대 의학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그 과정에서 화학이나 수학, 물리학과 같은 서구 근대 과학과의 통섭은 없었다.바이러스와 박테리아, 호르몬,DNA와 같은 근현대 의학의 성취와는 담을 쌓았다.

대략 1천여년을 근현대 과학과의단절 속에 자기만의 길을 갔다.

근래들어 이 오랜 단절에 대한 별다른 과학적 해법없이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거나 RAT를 한의사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책없는 요구가 제기되기도한다. 급기야 이를 법정까지 끌고간 사례도 발생했다.

재판부는 지난 달 한의사도 RAT를 하겠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탄핵했다.

무슨 대단한 법리같은 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냥 현대 의학은 의학을, 한의학은 한방을담당하라는 상식 수준의 판결이었다.

한의계는 이번 항소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2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종교적인 광기와 정치적인 필요, 경제적인 이익 등을 이유로 현대 과학은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때마다 합리성과 이성으로 이를 극복하고 진보했다.

나는 과학과 역사의 진보를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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