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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수면 위…정부도 "대면진료 원칙" 대전제에 동의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등장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 등장으로 관련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국회에 등장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이 마구잡이식이라고 우려하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정부 역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대전제에 공감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초진 허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임상 현장에서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개원의는 소아 대상 초진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7일 의협 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문제점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대전제에 공감을 표했다. 나아가 초재진 논란에서 벗어나 전문가 판단을 존중하는 형태로 제도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초진은 임상적 개념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진찰료를 구분할 때 쓰는 행정적 용어라며 임상적으로는 이미 왔던 환자라도 새로운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입법안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단순히 행정적 구분 안에 갇힌 초재진 논의 보다 더진일보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성 과장은 5년 6개월 동안 쌓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데이터를 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라며 현재법에서는 비대면 진료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도 겪고 시범사업도 상당 기간 한 상태에서는 법적으로는 제도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화에 반대한다는 논의는 이제 힘들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중심에 있어야 하고 비대면 진료 중에서도 환자와 의사 관계가 확립된 재진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게 맞다라며 우리나라 외래 진료의 0.2% 정도에서만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도화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 이용절차, 본인확인에 관한 책임 규정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성 과장은 비대면 진료 이용절차를 규정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라며 대면진료 권고가 필요하다면 그때 의사의 권한과 절차를 법으로 정해주는 게 필요하다. 법률적으로 이용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많은 의사가 시범사업 안에서 환자가 얼토당토않은요구를 했을 때 못한다, 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를 도와주는 방법으로 입법하면 된다고 했다.
#의료계가 내세우는 원칙은? 비대면 진료 초진 반대
발제에 나선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원은 개원 12년 차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의사는 소아환자 비대면 진료 비율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고, 초진은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내원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항생제 처방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우고 있었다.
소청과 의사는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 초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했다. 이유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했다. 발열과 복통이 있으면 주로 감기와 장염이 대다수지만 흔치 않게 뇌수막염, 비정형 폐렴으로 발전한 케이스가 있다라며 청진과 촉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와 의사소통이 어렵고 부모 말만 듣고 진단 및 처방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었다.
2023년 6~12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비율이 높은 진료과는 산부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정도다. 비대면 진료 건수가 많은 진료과는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다. 소아청소년과 초진 비율은 낮았다.
김진숙 연구원은 초진 비율이 낮다는 것은 필요성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의학적법적 안전성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주기적 대면진료 필수 ▲비대면 진료 전담 금지 ▲만성질환으로 제한 ▲지역 제한 ▲화상시스템 원칙, 전화는 예외 ▲의협 주도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불가항력 사고 국가 피해보상 지원 ▲비대면 진료 한정 의사의 진료거부권 인정 등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를 진행한 김헌성 가톨릭의대 교수(의료정보학교실)도 마구잡이로 만든 법안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다 무너질 것 같다라는 우려를 표시하며 초진의 위험성을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첫 장에 단 한 번이라도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면으로 초진하고 나서 비대면 진료를 해도 되는지 구분하라고 한다라며 초진, 재진이 문제가 아니라 대면진료의 고유성을 확인하고 비대면 진료를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다른 나라도 초진을 허용한다는 식의 단순한 해석은 안 된다는 소리다.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도 비대면 진료가 적용됐을 때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초재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환자, 어떤 질환에서 비대면 진료를 했을 때 환자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 자정도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헌성 교수는 초진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일부 의료진은 초진을 하고 있다라며 의사의 자정 작용도 중요하다. 초진으로 처방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의료 단체에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적 가이드라인이 아닌 임상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승철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도 적정진료를 앞세우는 정부 입장에서 지난 5년 동안 시행해온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질 높은 진료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라면서도 시범사업 초기 의사회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윤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관련 비윤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면책 특권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비윤리적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적발할 수 없는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전문가 식견을 믿고 제도를 맡겼는데 소수더라도 일탈하는 의사가 분명 생긴다라며 이들에 대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패널티를 주고 통제하기에는 협회 권한이 너무 미약하다. 협회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제력 있는 정부와 법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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