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초고령사회 한국…"COPD 환자에게 숨 쉴 권리를…"
COPD 환자들의 숨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급성 악화(호흡곤란 발작) 공포에서 벗어나 안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치료제에 대한 급여 확대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노령층에서 더 취약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심각성을 더한다. 게다가 COPD는 폐기능의 50% 이상이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한 번 기능을 잃은 폐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 숨어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는 문제도 있다. 국내 COPD 환자는 3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받는 인구는 15만명을 밑돈다. COPD에 투입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5%의 환자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서 환자 급증에 따른 비용 증가는 가늠키 어렵다. 관건은 기존 치료제로는 급성 악화가 조절되지 않는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환경 개선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은 6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어른신 숨 쉴 권리 보장을 위한 COPD 정책 토론회를 열고,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의 COPD 대응 현황, 질환의 심각성, 주요 정책 현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서영석 의원은 한국은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중증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호흡권 보장을 위해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면서 고위험군을 비롯 사회 전반의 COPD 질환 이해도를 높이고,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를 지원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광하 결핵및호흡기학회 이사장은 COPD는 숨어 있는 환자들이 많다. 유병률은 12.7%인 반면 진단받고(2.3%), 치료받는(1.2%) 환자들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그나마도 50대 이상과달리 40대는 거의 치료받지 않는다. COPD는 인지도는 낮지만 심각한 질환이다. 초기 진단이 어렵고 한 번 손상된 폐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라면서 게다가 COPD 환자 대부분은 노인이다. 고령화와 대기오염 등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환자 수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호흡기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권리인 숨 쉴 권리가 위협받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준영 가톨릭의대 교수(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는 폐암만큼 심각한 COPD:질병부담에 대해 주제의 발제에서 COPD 조기진단과 악화를 막는 치료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COPD는 조기진단이 어렵다. 폐 기능의 50% 이상이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급속히 악화되고 어떤 약물치료도 폐기능을 호전시킬 수 없으며, 중증으로 이환되면 24시간 지속적인 산소요법만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준영 교수는 폐 기능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 회복할 수 없다라면서 COPD 조기진단과 급성 악화를 예방하는 치료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턱없이 낮은 COPD 인지율치료율은 큰 불안요소다.
국내 COPD 유병률은 12.7%에 이르지만, 유병사실을 알고 있는 인지율은 2.3%에 그친다. 더군다나 40대 환자는 거의 치료를 받지 않는다.
역학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 환자가 많고, 연령증가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며, 저소득층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COPD 환자는 왜 조기진단이 어렵고, 치료받는 환자도 적을까.
최준영 교수는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요인으로는 낮은 질환 인식도, 폐기능 검사(PFT) 부족, ▲경미한 증상 등을 꼽을 수 있고,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일선 의사(GP)에 대한 교육 부족, 까다로운 급여 기준 등의 영향이라고 짚었다.
COPD는 기침가래 등으로 인해 일상은 물론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또 허혈성심장질환, 심부전, 골다공증, 정구성 빈혈, 폐암, 우울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가장 흔한 동반질환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골관절염, 정신질환, 천식 등이다.
1조 4000억원의 직간접비용도 큰 부담이다. COPD 환자 1인당 경제부담은 허혈성심질환의 3배, 당뇨병의 5.5배, 천식의 6배에 이른다.
최준영 교수는 COPD는 전세계 사망 원인 3위의 중증호흡기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급증할 전망이지만,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인지율치료율이 매우 낮다라면서 환자 삶에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폐암만큼 심각하며, 비용부담도 크다. 조기 진단과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국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는 고위험군 치료환경 개선- 숨 쉴 권리 보장에 대해 발제를 통해 COPD 치료 경향과 생물학제제의 급여 확대 필요성을 살폈다.
COPD 급성 악화(호흡곤란 발작)는 환자의 호흡기 증상이 치료 약제를 추가해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된 상태를 이르며, 반복적인 급성 악화는 삶의 질과 폐기능을 떨어뜨리고, 기도염증을 증가시켜 사망위험을 높인다. 3번 이상 급성악화를 겪은 환자의 사망률은 겪지 않은 환자에 비해 4.3배 높다.
현재 COPD의 치료는 흡입제 사용이 표준치료법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ICS),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 지속성 항콜린제(LAMA) 중 2제, 3제 병합요법이 시행된다.
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GOLD),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KATRD) 등은 지난 1년간 ▲2회 이상의 중등도 악화 또는 ▲1회 이상의 중증 악화를 경험한 환자를 고위험군(GOLD E)으로 분류한다. 고위험군 중에서도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을수록 악화 발생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 cells/L 이상인 환자에게 최대 표준요법인 ICS+LABA+LAMA 3제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COPD 치료 경향은 생물학제제가 등장하면서 대전환이 이뤄졌다. 기관지 확장과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근본적인 염증기전을 타깃하는 신개념 표적치료제 두필루맙이 지난해 허가됐다.
두필루맙은 COPD에 대해 최초이자 유일하게 허가된 생물학적제제로, 표준 치료에도 악화 위험이 높은 제2형 염증 동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중등도 이상 연간 급성악화 위험을 최대 34%까지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폐 기능 및 삶의 질 등 모든 지표에서 현저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했다.
문제는 급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데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두필루맙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COPD 치료제로 두필루맙의 급여가 이뤄지는 국가로는 미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일본, 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이 있다.
이진국 교수는 3제요법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60%에 이른다. 그렇다보니 두필루맙을 쓰게 되는데, 급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 달 약값이 150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COPD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급성 악화 환자 역시 그렇다. 약값이 장벽으로 작용한다라면서 급여 확대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COPD 급성 악화 환자를 줄이면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COPD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토론에는 송재찬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황용일 한림의대 교수(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용범 한림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김국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이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송재찬 사무총장: COPD는 고령화에 따라 폐 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질환이지만, 많은 COPD 환자들이 초기에 질환을 인식하지 못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고, 병이 상당히 악화된 후에야 질환을 인지하며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흡연과 열악한 환경 등으로 인해 COPD 유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방 중심의 조기 진단 체계 구축과 함께, 중증 악화에 대비한 치료 접근성 개선 및 건강보험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노인회는 COPD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질환의 관리 개선과 정책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
황용일 교수: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COPD 치료 환경에서 실제 환자 처방에 사용하는 약제는 20년전과 큰 차이가 없으며 질환 인식도 아직 많이 낮다. 현재 두필루맙이라는 새로운 약제가 등장해, 악화로 인한 입원 여부 등 COPD에서 급성 악화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COPD는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약제들이 나와서 환자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용범 교수: 건강한 노인은 숨차지 않는다. 호흡곤란은 나이 자체가 아닌 개인의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위험 노출에 따라 발생한다. 환자는 스스로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예방하며, 국가차원에서는 국가검진에 폐기능 검사 도입, 위험인자 관리 및 백신 강화, 진단 및 치료 관련 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 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국가적인 사업도 필요하다. 천식COPD 치료용 생물학제제는 우리나라 급여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하다. 높은 약가로 인해 접근성이 낮다. 호흡기 장애 환자들을 위한 산정특례 확대가 필요하다.
김국희 실장: 심평원도 COPD 조기진단을 통한 환자 발굴과 함께 적시에 치료가 중요하고, 간병과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약제 급여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효과가 있는 약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절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급여하는 것으로,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3제 요법만 존재해 환자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COPD에서 생물의약품이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신속한 급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검토를 진행하겠다.
김연숙 과장: COPD가 다른 질환보다 중하고 고통스러우며 사망률이 높은데도 인지도 및 치료율은 낮다. 보건복지부도 예방, 조기 진단, 급성 악화 예방의 중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건강한 노후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증 희귀난치 질환 신약에 대한 급여 접근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COPD 관련해서는 중요성과 급여 필요성을 잘 참고해 검토하겠다.
이지현 기자: 한국은 글로벌 혁신 신약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2023년 KRPIA 자료에 따르면 1년 내 신약 도입 비율은 5%로 슬로바키아라트비아보다 낮다. 평균 신약 도입 기간(46개월)도 신약 도입이 까다로운 영국(27개월)보다 19개월이나 더 걸린다. COPD 환자 수는 당뇨병 환자와 비슷하지만 실제 진단 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매우 적어, 한국의 늦은 진단이 글로벌 현상인지 아니면 국내 특수상황인지에 대한 포괄적 데이터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COPD 환자들의 사각지대 상황을 알리고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치료제 급여는 불가역적 급성악화 예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치료 옵션이 없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는 절박한 상황 속 희망으로 작용한다. 이를 반영한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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