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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그날까지 외과 의사

이영재 기자2025.06.25 09:38

생사의 갈림길에서 매일 치열하게 고민한 한 의사가 있다. 자신을 메스를 든 육체 노동자라 자조하면서도, 뜻대로 수술이 마무리되었을 때의 기쁨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크다고 고백하며 나는 외과 의사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한다.

강구정 계명의대 교수(계명대동산병원 간담췌외과)가 나는 외과 의사다 수술, 마지막 선택에 이어 세 번째 수상집 그날까지 외과 의사(-차트에 담지 못한 기록들)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외과 의사로서의 실존적 고민과 임상 경험, 의술 너머의 치유와 윤리를 향한 성찰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간암, 췌장암, 간문부 담관암 같은 고난도 질환과 맞서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 왔다. 1999년 미국 듀크대병원, 존스홉킨스병원에서 각각 간 수술과 췌십이지장 수술을 연수했으며, 귀국 후에는 간 절제술과 췌십이지장 절제술의 안정화와 표준화에 주력하며 동산병원 간담췌외과의 기반을 닦았다.

그동안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같은 최소 침습 기법을 적극 도입해 간담췌외과의 임상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계명대동산병원은 국내 다섯 번째로 뇌사자 간 이식(1994)을 성공한 데 이어, 저자 주도로 생체 부분 간 이식(2004),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2015) 등 고난도 수술의 영역을 넓혀 왔다. 또 간암 유전자의 분자 생물학적 분석 연구에도 매진해,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주관하는 암 유전체 지도 국제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간 손상 기전에 관한 연구 결과도 꾸준히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외과의사로서의 지내온 치열한 시간이 그대로 옮겨졌다.

듀크대학교, 메이요클리닉, 스탠퍼드대학교 같은 세계 의학 최전선에서의 경험과 세계적 전문가들과의 교류, 간 이식과 간암 연구에 몰두하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차트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에는 더 큰 의미가 담긴다. 그가 써내려 간 생명과 시간, 사랑과 죽음, 인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들은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술이 어떻게 치유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한 외과 의사가 자신의 손과 마음으로 환자의 삶을 어떻게 어루만져 왔는지를 기록하고, 우리가 어떤 의료를 꿈꿔야 할지를 묻는 이 책은, 의료 종사자는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선다.

이 책은 ▲1부-나를 찾아가는 여정 ▲2부-메스 하나로 죽음에 맞서며 ▲3부-치유를 향한 길, 의술과 예술 등 3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연구자로서의 삶이 펼쳐진다. 간암 유전자 연구의 초창기 단계에서 국내외 연구진과 협업하며 조직 샘플 확보, 유전자 분석, 논문 출판 등 지난한 과정이 펼쳐지고, 메이요클리닉, NIH 공동연구과정은 단 한 편의 논문을 위한 과학자의 헌신, 연구비 부족과 반복되는 시행 착오, 해석되지 않는 데이터 앞에서의 고뇌하는 연구자의 모습이 전해진다.

실험실 밖 여정도 고스란히 담긴다.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의사이자 동료, 스승으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 새로운 전공의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환자로서 경험한 치료의 과정, 의료 현장의 변화에 대한 우려 등 외과 의사로 살아온 삶의 다양한 결이 다층적으로 드러난다. 연구와 임상, 교육과 인간 관계가 맞물리는 현실 속에서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무게를 더한다.

2부는 외과 의사로서 사실 그대로의 일상을 옮긴다. 수술 전날 밤의 고민, 환자의 표정을 읽으며 내리는 판단, 수술대 위에서의 고요한 긴장, 특히 암 환자, 고령자, 응급 환자 등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이들과의 만남이 남긴 인간적 통찰을 새긴다. 마취과, 간호사, 전공의들과 이루는 팀 의료의 중요성, 미숙했던 전공의에게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감동적 순간들,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며 설득해 나가는 과정 등 복잡하고 다면적인 수술실 안팎 풍경도 보여 준다.

3부에서는 기술과 전문성을 넘어, 의사로서의 존재 이유와 치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공유한다. 병을 제거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게 의료의 전부가 아니고, 때로는 죽음을 준비시키는 것, 고통을 함께 견디는 것도 치유이며, 이 모든 것은 경청과 공감, 설명과 윤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책 후반부에는 후학 양성에 대한 고뇌도 풀어놓는다. 외과를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외과의사의 길을 선택한 젊은 전공의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생명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진료조차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현실속에서 임상과 연구의 현장에서 몸소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 치유란 무엇인가?, 좋은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가?, 과학과 예술은 어떻게 만나는가? 같은 본질적인 물음에 접근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그날까지 외과의사로 살겠습니다(☎ 02-5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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