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리도카인 사용 유죄 판결에 한의계가 제대로 긁혔다?
6월 12일, 대법원은 봉침액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섞어서 사용한 한의사 M씨에 대한 판결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법리 검토를 개시한 후 6개월 만이다.
그러나 대법원 선고는 없었다. M씨가 선고를 열흘 앞둔 2일상고 취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을 선임해 상고이유서까지 내면서 의지를 보였으나 대법원이 판결 선고를 예고하자 돌연 상고를 취하한 것.
그렇게 2022년부터 3년 넘도록 이어진 사건이 한의사는 리도카인 사용을 할 수 없다로 마무리된 셈이다. 1심과 2심 법원은 해당 한의사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상태다.
법조계는 흔치않은 행보라며 소송 결과를 비관하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2심 판결과 대법원 결과의 무게는 다르기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의사 M씨는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87명의 환자에게 리도카인 주사액과 봉침액을 혼합해 환자 통증 부위에 직접 주사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 벌금형을 받았다.
[의협신문]은 벌금형을 유지한 2심 판결문을 다시 확인했다.
M씨 측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취지의 대법원 판례와 함께 의료법 등에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한의사는 이미 생리식염수, 포비돈요오드액 등 서양의학에 기초한 전문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리도카인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지식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2심을 진행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2형사부는 1심 판결이 있음에도 M씨 측이 내세운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20쪽이 넘는 분량의 판결문을 작성했다. 리도카인을 주사기에 넣어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의료행위는 한의사 면허 범위를 넘는 것에 해당하고 M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분명히 했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허용 취지의 대법원 판결과 리도카인 주사는 달리 봐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료기기 중에서도 진단용에 한정해 새로운 판단 기준을 설시한 것이라며 그 밖의 치료용 의료기기 내지 적극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술에 대한 기존 판단 기준까지 폐기변경하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의사가 초음파 등 진단용 의료기기를 쓰는 것과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초음파는 일반적으로 인체 안에서 생화학적 반응이나 조직의 특성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면 리도카인은 부작용으로 쇼크, 혈압저하, 호흡 억제, 경련과 진정 등 중독 증상, 의식소실부터 저혈압, 심정지 등 심장 억제 작용 등이 있고 이 때문에 3개월 이하 영아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나아가 리도카인 투여로 사망 결과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초음파 진단기기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의사가 서양의학에 기초한 전문약인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이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취지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의사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 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처방, 조제하는 것은 의료법이 정한 서양의학의 범위 및 의사의 의료관련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며 의료법 취지에 반하는 주장이라고도 판시했다.
한의사가 교육이나 훈련 등으로 의약품 사용의 용법을 익혔더라도 이를 사용한 의료행위는 어디까지나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재판부는 현행 의료체계에서 한의사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한다면 실제로 한의사가 그런 자질을 갖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의료법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치료 결과 등에 관계없이 처벌된다라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앞서 그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를 갖고 있는지가 판단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봉독 치료 시 통증감소를 위해 리도카인과 혼합사용을 새로운 의료기술로 시도해 볼 여지가 있더라도 임상에서 사용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원은 신의료기술평가 등 절차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공식적으로 검증된 후에만 가능하다라며 그전까지는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법원의 판단이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문약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의 남용이 근절돼야 함을 재확인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의료전문 변호사들 역시 2심 법원이 상당히 세세하게 한의계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2심 법원은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한 주사를 할 수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라며 초음파는 인체에 직접적인 해가 없다라는 이유가 있지만 리도카인 같은 전문약은 자칫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의계의 논리대로라면 법무사가 20년 일하면 1년차 변호사보다 낫다고 소송을 대리하겠다라며 허용해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원은 원론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국가에서 면허 제도로 규제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고 확실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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