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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미래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집단지성으로 본질 살펴야"

이영재 기자2025.06.13 15:12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이 13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이 13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미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공공성과 자율성, 첨단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의료시스템이 절실하다.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갈등 해소를 넘어 의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야 한다.

노학자는 의정갈등이 촉발한 이후 지난 2년간 불통과 권위적으로 일관했던 정부는 물론 리더십 부재와 혼란 속 소통에 부족했던 의료계에도 고언을 이어갔다.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예방의학)은 13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비이커 속의 개구리 한국의료, 어떻게 살릴 것인가?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의정갈등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 의료인력의 미래,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 복합적 요소가 얽히고설킨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하고, 정부, 국회, 시민사회, 의료계 등이 동등하게 참여해 문제의 본질을 함께 직시하고, 해법을 공동 설계하는 집단지성 기반의 협의체를 통해 문제해결에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의료개혁 정책의 허와 실을 노정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 없이 추진됐다. 의사 수 추계는 여러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기술발전과 인구 고령화 등 다양한 변수도 반영해야 한다. 또 진료 체계와 보상 구조에 따라서도 필요한 의사 수는 달라진다. 의사 수 추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접근성이지만, 한국과 같이 생산성이 높은 경우에는 적은 의사 수로도 높은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문제를 의사 수 탓으로 돌린 진단도 잘못됐다.

낙수효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며, 실질적인 원인에 맞춤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의사 수 자체가 아니라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에 있기 때문이다. 기피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리 채워도 빠져나간다.

결국 문제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체계에서 기인한다.

필수의료는 고위험고난도 진료와 응급진료를 포함하지만, 건강보험 수가 통제와 과도한 책임 부담, 의료사고 위험성까지 떠안아야 한다.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했던 젊은 의사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료 문제도 일차의료 강화와 환자 이송체계 확립으로 풀어야 한다.

의료기관을 지역에 늘린다고 지역의료가 살아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취약지역 일차의료 강화와 중증 응급환자 이송체계 구축이다. 전국이 1일 생활권인 한국에서는 지역완결형보다 환자 상태에 맞춘 중앙-지역 협력형 시스템이 적절하다.

대학병원은 한국의료의 주춧돌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대학병원은 교육수련진료의 중심축이지만, 과도한 환자 쏠림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약화되며, 교육연구 기능이 희생되고 있다.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 교수의 과도한 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도 상존한다. 이들이 감당하지 못하면 의료시스템 자체게 흔들린다.

의료는 공공과 민간의 경계가 옅다.

의료에 대한 공공투자 여력이 없었을 때 정부는 민간 부문 투자를 유도했고, 여러 법적 제도를 통해 공공성을 보장했다. 민간병원도 공익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오히려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을 겪고 았다. 게다가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서 투자 회수가 불가능하다. 공공의료 확대는 물론 중요하지만 왜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왜 의료소비자들은 이용을 기피하는 지 이유룰 찾아야 한다.

대한의학회는 13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대한의학회는 13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결국 한국의료는 비이커 속 개구리 신세가 되고 있다.

김한중 전 총장은 가장 민감한 사안은 보험수가다. 젊은의사들은 원가 이하 수가에 대해 비커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구조로 인식하고 있다.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로 손실을 보전해 왔으며, 실손보험 보편화는 비급여 확대에 일조했다. 하지만 보장성강화 정책 이후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대학병원의 수익기반은 로봇수술이나 건강검진만 남게 됐다. 비급여 수요는 개원가로 집중됐고, 병원들은 박리다매식 진료량 증가로 대응했지만,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을 초래했다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혼합진료 금지 정책은 병원들이 의존해 온 비급여 보전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 지나친 규제 중심의 정책은 또 다른 규제를 낳고, 젊은 의사들은 정부가 설계한 가두리 양식장 같은 의료시스템을 거부하고 있다. 편법에 기대지 않고 적정한 진료와 함께 정당한 보수를 받고 싶어 한다. 궁극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본연의 직업적 사명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의정갈등 장기화 원인으로는 소통공감의 부재를 꼽았다.

김한중 전 총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고 의료계와 실질적 소통없이 국민 홍보에만 열중했다. 전공의 수련이나 의료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도 없었다. 의료계 역시 폐쇄적 소통과 감정적 대응을 반복했다. 환자 불안에 대한 공감 부족이 지적되면서, 분노와 폐쇄성, 소통 방식의 세대 차이가 의사들의 메시지를 왜곡시켰다라면서 정책적 논의보다 책임공방에 치중하며,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정쟁의 소재로 이용한 정치권, 의사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감정적 대결 구도를 조장한 언론, 피해를 입고도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환자와 시민사회 등 모두가 일방적 주장에 치우쳤고, 실질적 대화는 실종됐다고 분석했다.

눈앞에 맞닥뜨린 저성장, 고령화, 의료비 증가에 대응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한중 전 총장은 의료 분야는 지속가능성과 비용 억제가 중심 과제다. 국민건강보험을 민영보험이 대체하기는 어렵다. 민간 중심 의료 공급구조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정책도 성장이 아닌 관리의 시대라면서 진료비 지불제도의변화는 의사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행위별수가제에서 포괄수가제, 가치기반수가제, 관리의료 등으로 바뀌고 있으며, 의료비 억제정책도 추진될 것이다. 변화의 흐름에 주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의대생, 전공의는 의사뿐 아니라 창업가, 연구자, 정책가, 글로벌 전문가 등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미래는 의사역할의 다변화를 요구한다고 전망했다.

의정갈등은 단순한 정책 다툼을 넘어 의료체계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각 직역집단 간 신뢰 붕괴다.

김한중 전 총장은 이제 우리는 집단지성을 통해 의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집단지성은 다양한 집단이 서로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력해 창의적이고 지소가능한 해법을 도출해내는 힘이다. 인터넷 기술은 이런 협업 가능성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라면서 정부, 국회, 시민사회, 의료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동등하게 참여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해법을 공동설계하는 집단지성 기반의 협의체가 필요하다. 다만, 의료 현장의 중심에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정책 논의의 주체로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소통과 공감,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개회식에는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한상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이윤성장성구정지태 전 대한의학회장 등과 각 학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학술대회는 ▲전공의 수련 ▲실효성 있는 지역의료 발전 방안 ▲현장수요 기반 중개연구 ▲미래 기초의학 교육-변화와 대비 ▲간호법 시행과 전공의 학습권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의료의 새로운 도약 ▲미래 의학교육과 한국의학교육 평가윈의 역할 ▲보건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정책 및 최신 연구동향 등 8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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