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고혈압·당뇨병 적정성 평가 결과지표의 문제점
■ 들어가며
적정성 평가의 목적은 의료제공자에게는 평가 결과를 제공하여 진료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평가 결과에 따른 가산지급을 통해 자율적인 질 향상을 유도하며, 국민에게는 평가 결과 정보를 공개하여 올바른 의료기관 선택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2주기 평가 이전에 고혈압당뇨병 적정성 평가의 평가지표에서는 과정지표만으로 평가가 이뤄졌으며, 결과지표의 평가 도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신청한 기관에서만 2주기 1차 평가(2023년 3월~2024년 2월)부터 시작됐고 지난해 12월 1차 평가의 결과가 공개됐다.
평가에서 결과지표로 사용된 지표는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각각 가장 최근 측정한 혈압과 당화혈색소이며 조절률 지표의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결과지표가 의료기관의 고혈압당뇨병 조절 상태를 평가하는 절대적 평가지표로 사용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결과지표를 운영하는 영국과 비교해보고, 임상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결과지표의 적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 문제점
첫 번째는 개별 환자의 임상 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한 한 시점의 측정 결과만으로 만성질환 관리 결과를 평가하는 판정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결과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의 판정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해 살펴보자.
위 (표 1)의 예시에서 A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2% 감소했지만, 판정일 기준 7.0%를 초과하였으므로 이 환자를 진료한 병원은 조절률이 낮게 평가된다. 반면 B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1% 증가했지만, 판정일 기준 7.0% 이하의 목표치를 만족해 이 환자를 진료한 병원은 조절률이 높은 기관으로 평가되고 가산금액도 추가로 받는 수용하기 어려운 판정이 생긴다.
또 성과 보상기준으로 결과지표를 도입했다면 일정한 시점으로 판단된 성취 측면만을 반영하지 말고 영국과 미국의 경우처럼 향상된 성과도 보상기준에 반영돼야 마땅하다.
오래전부터 만성질환의 관리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개인별 맞춤형 관리전략이 강조돼 왔다. 현재와 같이 개별 환자의 다양한 임상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특정한 한 시점의 측정 결과만으로 만성질환 관리 결과를 판정하는 것은 수용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와 의료체계와 지불제도 방식은 다르지만 비슷한 임상 결과지표를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살펴보자(표 2).
영국은 일반의(GP)를 대상으로 한 의료의 질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QOF(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의 고혈압과 당뇨병 평가지표에서 고혈압에서는 나이에 따른 혈압조절 목표가 세분돼 있고(표 3), 당뇨병에서는 중등도 또는 중증 허약증의 유무에 따라 당화혈색소 목표 기준이 다른 점은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다.
또 다른 점은 결과에 영향을 주는 과정 평가에도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예로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에 회부된 기록 여부나 스타틴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을 들 수 있다(표 4).
그리고 조정된 진료소 질병 유병률 요인(APDF)이 성취에 따른 지불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보다 평가가 좀 더 정교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고혈압당뇨병 조절 환자 수 구간에 따른 만족스럽지 못한 인센티브 금액이다.
2주기 1차 결과지표 자율참여제 신청기관은 1312곳(치료지속성 평가 대상기관 2만 791곳의 6.3% 수준)로 이 중 1060곳(5.9%)이 조절률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대상기관이다.
이들 기관에 지급된 금액은 12억 7000만원이며 기관당 평균 연 120만원이다. 기관당 한 달 평균 10만원이 고혈압당뇨병 두 가지 복합질환에 대한 조절 목표 달성의 대가인 셈이다. 과연 이런 금액이 심평원의 결과지표 자율참여제의 개요에 해당하는 적정한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국민 건강결과 향상을 유도하는 선순환 제도라는 취지와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또 결과지표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기관 중 15.6%인 165곳은 정작 중요한 본 평가에서는 기관별 3등급 이하이면서 결과지표 조절률만으로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십여 년을 넘게 시행되고 있는 본 평가의 중요한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당뇨병 조절 결과지표(혈압과 당화혈색소)와 영국 QOF에서의 결과지표에 대한 개원의사 당 보상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에서만 혈압과 당화혈색소 수치를 지표로 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환자에서도 혈압 수치가 결과지표로 정해져 점수로 산출된다(표 5).
또 조절 환자수 구간에 따라 단순하게 인센티브가 결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QOF에서는 획득한 포인트(총 564점202526년), QOF 당 가치(£225.49202526년), CPI(계약자 인구 지수), APDF(조정된 진료소 질병 유병률 요인) 등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를 가진다.
영국 QOF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불 보상 계산 공식으로 지급한다.
20252026 회계년도에 영국 진료소에서 획득할 수 있는 총 QOF 점수는 564점이며, 표 5는 우리나라 결과지표에 해당하는 혈압과 당화혈색소가 산출되는 지표의 QOF 점수를 열거한 것으로 이들의 총점도 167점에 이른다. 가장 최근 공개자료인 20232024 QOF 평가 결과에서 78.4%의 진료소들은 가용한 QOF 점수의 약 90% 이상을 달성했다(NHS Digital Data).
이를 기준으로 78.4%에 해당하는 진료소의 혈압과 당화혈색소 조절에 대한 대략적인 보상액을 산정하면(가용점수의 90% 획득, CPI: 1.0, APDF: 1.0, 1GBP = 1840원 기준), QOF Payment = (167점0.9£225.49)1.01.0=£33891.1(6236만원)이다.
이는 일반의 1명이 아닌 진료소 1곳에 대한 보상 금액이며 영국은 여러 명의 일반의가 근무하는 그룹 진료소 형태를 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금액의 과소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고혈압 및 당뇨병 관리 지표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진료소는 더 많은 QOF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점과 CPI 1.0과 PDF 1.0으로 산출되는 진료소는 각각 등록환자 수와 질병 유병률 요인이 전국 평균인 진료소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결과지표에 대한 보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우리나라는 조절환자수가 아무리 많아도 최대 보상금액은 340만원임).
세 번째는 지표맞추기(Aligning the indicators)와 초점분산(Dispersing the focus) 현상이다. 즉 진료의 질보다는 행정적으로 더 나은 기록을 반영하거나 지표를 맞추기 위한 조작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지표 맞추기 현상으로 인해 정작 환자를 위한 고품질의 진료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초점 분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당화혈색소는 출력된 검사 결과보고서가 존재해 결과치를 임의로 바꾸기 어렵지만, 임상의사가 직접 특정내역에 수기로 입력하는 혈압수치는 인센티브에 대한 유혹으로 목표치에 도달한 수치를 기재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예컨대 진료실에서 측정하거나 환자가 직접 가정에서 측정한 몇 번의 혈압수치(예: 150/90mmHg, 145/85mmHg, 140/90mmHg 등) 중 목표치에 도달한 140/90mmHg만 선택해 기재할 수 있다. 또 보호자 내원 진료와 비대면 진료는 혈압 결과를 반드시 기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혈압조절이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는 가능하면 기재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은 환자는 굳이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한 평가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네 번째는 환자 역선택 문제와 건강 불평등 초래 가능성이다. 요양기관은 결과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관리 환자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택으로 조절 취약계층은 건강관리에 불리하다.
즉 혈압이나 혈당 조절이 잘 되는 환자는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반대로 목표치까지 조절되기 어려운 환자는 관리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환자를 관리하고도 진료성과가 낮은 병원으로 평가되는 불공정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조절 취약계층(젊은 환자독거노인 등)은 질병 위험이 가장 큰 인구집단이지만 이들을 주로 진료하는 요양기관으로부터 역선택으로 인해 자칫 관리에서 소외될 수 있으므로 적정성 평가에서 섣부른 결과지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영국 QOF에서는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QOF 점수 564점 중 462점(82%)에서 질병 유병률 가중치를 반영하고 있다. 또 예외 보고(exception reporting)를 운영해 임상의가 통제할 수 없는 특정 환자를 지표 분모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예외 보고는 의도적인 환자 누락을 유발하거나 예외 보고된 환자는 QOF 인센티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진료 동기가 약화될 수 있는 점 역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역시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평가제도의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고혈압당뇨병 조절률에 따른 인센티브는 있지만 결과지표를 기재보고하는 행정적인 행위에 대한 보상(pay for reporting)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고혈압은 모든 치료지속성 평가대상자를 진료할 때마다, 당뇨병은 치료지속성 평가대상자 중 당화혈색소를 검사할 때마다 측정수치와 측정일자를 청구명세서 특정내역(각각 MT056, MT057)에 기재해야 한다.
또 신뢰도(충실도정확도) 점검 대상으로 평가대상 기간 내 기관별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명세서 중 임의 선정된 13% 환자의 진료기록지, 검사결과지를 심평원으로부터 대조 점검받아야 한다. 실제 2주기 1차 평가에서 신뢰도 점검 자료 미제출 및 신뢰도 결과 0% 기관 69곳(결과지표 참여기관 1312곳의 5.6%)는 인센티브 지급에서 제외됐다. 다시 말해 단순히 보고만 한다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지급기준은 결과 보고 행위와는 관계없이 조절 환자 수에 따라 정해진다. 물론 심평원은 결과지표 조절률에 대한 인센티브는 정확한 결과 보고 자료에 대한 대가를 포함해 제공되는 금액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측정된 결과를 보고하는 횟수에 대한 보상안도 시행계획으로 공고했어야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 나가며
우리나라 기본 지불제도(행위별 수가제)의 보완적 제도로서 성과보상 지불제도와 가치기반 보상 지불제도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이들 제도는 근본적으로 성과와 가치의 기준, 평가 및 보상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수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의 결과지표 평가방식으로는 이를 담보할 수 없다. 더구나 혈압과 당화혈색소 수치도 결국은 중간 결과지표일 뿐이며, 최종 결과지표(합병증 발생률입원율사망률 등)는 아니다. 또 환자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므로 일부 지표만으로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고혈압과 당뇨병을 각각 평가하는 이전 평가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적정성 평가가 복합질환자를 고려한 통합 평가로의 개선은 만성질환 관리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환자 중심의 포괄적이고 연속적인 진료를 유도하려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되며 향후 복합만성질환자에 대한 지불보상에서도 참고해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평가의 내막을 자세히 모르는 의료소비자가 결과지표만으로 판단되는 소위 고혈압당뇨병 잘 보는 병원 광고에 현혹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적정성 평가의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오히려 그릇된 정보가 의료소비자의 병원 선택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으로 현재의 결과지표 산출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며 향후 만일 지불제도에 반영될 결과지표를 도입할 때는 진료 현장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유용성은 물론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수용성이 높은 지표로 정교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