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고도의' 주의의무 필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설비까지 챙겨야"
[초점]의료전문 변호사가 분석한 의료판례 트렌드
한국의료변호사협회 소속 의료 전문 변호사 6명이 지난해 주요 의료 판례 경향 파악을 위해 뭉쳤다. 의료변호사협회는 해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판례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6명의 변호사는 2024년 선고된 손해배상(의) 사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는 5월 28일 열린 춘계 행사에서 공개했다. [의협신문]은 분석 결과를 확인,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의료판례 분석에는 ▲박노민 변호사(법무법인 김장리) ▲박태신 변호사(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유현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나음)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조우선 변호사(법무법인 윈스)가 참여했다.
① 종양전문 간호사의 골막 천자 행위, 대법원 판단은?
② 태아성감별 고지 금지법, 헌법재판소위헌 결정
③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에서 생긴 의료사고, 법원 시선은?
④ 설명의 의무 도대체 어디까지? 여전히 오락가락
의료전문 변호사들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이 휘말린 다수의 민사 소송 결과를 지난해 있었던 의료 판례들 중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완치의 개념 보다 인간의 추상적인 정신작용을 다루는 특성 때문에 법원은 환자를 보다 세심하게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환자를 적절한 환경 속에서 보살펴 주는 모든 행위와 설비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행위 범주에 포함하고있다.
6명의 의료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있었던 5건의 판례를 되짚었다. 구체적으로 ▲성형수술 후 음독자살 사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산책 후 복귀하다가 창문으로 추락한 사건 ▲흡연 외출 후 비상계단 난간에서 투신자살한 사건 ▲우울증으로 통원치료하던 환자가 처방약을 한꺼번에 복용 자살한 사건 ▲수면 직전까지 자해, 타해 양상을 보이던 환자가 수면 직후 추락 사망한 사건 등이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던 환자에게 사망 등 악결과(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때 꼭 등장하는 부분이 정신병원 건물로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2005~2015년 의료소송 판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입원 환자에게 발생한 환자안전 사건 85건 중 절반이 훌쩍 넘는 56건(65.9%)에서 원고가 승소했고 주된 이유는 부주의 및 시설관리 위반이었다.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 대상 판례 중 시설 문제를 짚고 있는 판결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산책 후 복귀하다가 창문으로 추락한 사건이다. 환자가 병원 4층과 옥상 사이에 설치된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는데 해당 시설은 160cm 높이에 한쪽 창의 폭 60cm로 폭이 총 120cm였다. 창문 바로 아래 보행자용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었고 별도의 추락방지를 위한 잠금장치나 차단봉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었다. 창문의 높이가 쉽게 통과할 수 없고 폐쇄병동 밖에 있는 계단에 설치된 창문까지 탈출이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잠금장치 또는 차단봉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기 직전까지 자해, 타해 양상을 보이던 환자가 스스로 창문을 열고 열린 창문 사이로 몸을 비집고 나가 바닥에 떨어진 사건에서도 법원은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20%)을 인정하면서도 시설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락 사고가 생긴 병실 창문 높이가 바닥에서부터 2m 50cm에 달하고 침대 쇠기둥을 밟고 올라가도 1m 55cm 정도 높이며 창문의 손잡이가 창문 위쪽에 설치돼 그 틈으로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판례 분석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법원은 환자가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경우 환자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고 보호자 등과 연락이 차단되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관리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한다라며 다른 질병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질환 호전 등을 위한 약물 투여뿐만 아니라 환자를 적절한 환경 속에서 보살펴 주는 모든 행위를 진료 행위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시설 안에서 자해, 타해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 외출 허가, 투약 등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는 물론이고 민법에 따라 시설의 공작물 설치상 하자가 있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유무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기준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다만 창호의 높이나 폭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 보호 병동에서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에는 화재 등 비상시에 자동으로 열릴 수 있는 잠금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어 환자의 이탈이나 추락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잠금장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변호사들은 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의료 분야 보다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동시에 의료기관이 주의의무를 충분히 다했다고 판단하면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역시 엄격하게 판단해 과실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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