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진료거부죠? 입건하겠습니다" 응급실 폭언의 주인공은 '경찰'
경찰이 공권력을 앞세워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향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환자 전원 문제를 놓고 의료진에게 진료를 거부한다고 규정하며 입건을 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 한 대학병원 응급구조사 A씨는 일산화중독 환자가 병원에 실려오자 의료진 의견과 병원 상황을 고려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경찰은 A씨가 진료거부를 한다며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A씨는 이 같은 경찰의 행태를 협박이라고 느꼈고 사과를 요구했다.
병원 관계자가 말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3일 새벽 3시 30분쯤 K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번개탄을 피운 후 의식이 혼미한 상태의 20대 여성이 실려왔다. 의료진은 중증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하고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즉시 수용을 결정했다.
문제는 10분 후 또 다른 번개탄 중독 상태의 환자 수용 가능 여부 문의가 들어온 것. 의료진은 진단 및 고압산소치료까지 최소 3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즉시 치료가 곤란하니 근처의 고압산소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K대학병원은 고압산소치료를 위한 공간이 한자리뿐이었는데 이미 10분 전에 실려온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했고 더 중환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료진의 사전 안내에도 구급차와 경찰차가 응급실을 찾아온 것. 경찰은 응급실을 찾기 전 직접 수용 문의 전화를 하면서도 응급의료법을 거론하며 호흡기 내과 교수를 호출하라, 진료 거부를 하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응급구조사는 당직 교수에게 앞선 환자의 고압산소치료와 뒤에 들어온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한 후, 수용 어려움 판단을 듣고 경찰에게 전달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왜 안된다는 거냐라며 막무가내로 환자 수용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응급구조사를 당신이라고 칭하며 이름을 묻는가 하며 진료거부하는 거죠?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며 으름장을 놨다.
응급구조사는 거듭 진료거부가 아니라 진료 불가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경찰관 2명은 그를 둘러싸고 당직 교수를 나오라고 하며 응급환자를 거부하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 진료거부했으니 입건하겠다라며 압박했다.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는 중에도 경찰관들은 응급실 밖에서 소리 지르며 형사고발하겠다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구조사 A씨는 응급실 안에 처치해야 할 환자가 있음에도 환자분류소 근무자로서 이송 온 환자의 병력 문진 및 활력징후 측정, 구급대원 및 경찰관 인계사항 경청 등 모든 것을 존중하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라며 응급의료법을 잘못 숙지하고 있는 경찰관의 판단으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정 갈등 중에도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게 경찰이 협박식 유도 질문을 지속했다라며 입건하겠다는 말에 가장 상처를 받았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객관적으로 전문의와 판단을 내렸는데 어느새 피의자가 돼 있었다. 10년 동안 근무한 병원에서 제일 상처받은 말이 경찰관 입에서 나온 말일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은 같은 시각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응급의학과 K교수가 SNS에 올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K교수는 문제가 된 경찰이 있는 경찰서를 비롯해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응급실 앞에서 응급구조사를 협박한 경찰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행정안전부 및 경찰 차원의 적절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담았다.
그는 경찰관 중 한 명에게 직접 환자 상태 및 치료의 시급성과 병상 사정을 설명하고 이송이 환자에게 더 이로운 선택임을 강조하고 의료인에 대한 폭언과 협박성 언행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사과를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K교수는 사과 요청에도 경찰은 형사고발하겠다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이를 거부했다라며 사전 조율 없이 환자를 이송해온 후 이미 수용 환자 치료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는 설명을 했음에도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원 최일선에 있어야 할 경찰이 의료인에게 공권력을 근거로 압박과 위협을 가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 공무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국민과 환자 생명을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응급의료진에 대한 존중과 협력의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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