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태아 성별 고지 금지법→위헌 결정 '15년' 걸렸다
[초점]의료전문 변호사가 분석한 의료판례 트렌드
한국의료변호사협회 소속 의료 전문 변호사 6명이 지난해 주요 의료 판례 경향 파악을 위해 뭉쳤다. 의료변호사협회는 해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판례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6명의 변호사는 2024년 선고된 손해배상(의) 사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는 5월 28일 열린 춘계 행사에서 공개했다. [의협신문]은 분석 결과를 확인,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의료판례 분석에는 ▲박노민 변호사(법무법인 김장리) ▲박태신 변호사(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유현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나음)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조우선 변호사(법무법인 윈스)가 참여했다.
① 종양전문 간호사의 골막 천자 행위, 대법원 판단은?
② 태아성감별 고지 금지법,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③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에서 생긴 의료사고, 법원 시선은?
④ 설명의 의무 도대체 어디까지? 여전히 오락가락
혼인신고를 마친 한 쌍의 부부가 분만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다. 임신 32주가 되기 전까지는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서 보호되는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부부가 문제 삼은 법 조항은 의료법 20조 2항으로 의료인은 임신 32조 이전에 태나 임부를 진찰하다가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의사 면허 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도 받도록 하는 벌칙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태어날 아기가 여아인지 남아인지는 임부나 그 가족에게 중요한 인격 정보고 부모가 이를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요구이기 때문에 태아에 대한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천부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라고 판단했다.
#그때는 맞았다? 2008년 헌재는 헌법불합치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적어도 15년 전인 2008년에는 보수적이었다. 태아 성별 고지 금지법은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고, 벌칙 조항은 1994년 생성됐다.
당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태아 성별을 확인해 줬다는 이유로 면허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해당 조항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08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결론은 헌법불합치.
당시 헌재는 태아 성별 고지 금지는 낙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임부나 가족의 태아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권 및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생겨난 기준이 임신 32주다. 임신 32주 이후 태아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법은 바뀌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남아, 여아라는 직접적 단어를 피한 채 간접적인 단어를 통해 태아 성별 확인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 15년 만에 위헌 결정 사회적 변화를 반영 결과
약 15년 만인 지난해 2월 헌재는 아예 해당 법 조항을 6 대 3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남아선호사상이 거의 사라졌고 태아 성별이 더 이상 낙태의 원인이 아니며 행위 규제 규범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임신 중단 이유 중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라는 응답란 자체가 사라졌다. 2005년 성별 때문에 낙태했다는 비율이 1.2에 그쳤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음에도 법을 위반했는 이유로 검찰 고발 또는 송치 건수 및 기소 건수는 2023년 기준 10년 동안 한 건도 없었다.
결국 헌재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이거나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법 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헌재 결정에 의료계도 환영의 입장을 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시대 변화에 입법목적이 없어지고 위법 여부가 모호하며 현실적 의미를 잃은 태아성감별 금지법은 폐지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의료전문 변호사들 역시 15년 동안 사회는 놀랄 만큼 빠르게 변했고 성비 자체가 자연 선비의 정상 범위에 도달해 남아선호사상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라며 과거 보다 혼인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을 계획하더라도 쉽게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난임 시술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고 바뀐 분위기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성별을 구분해 임신을 중단할 실질적인 이유가 줄었다는 것.
또 헌재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사실상 사문화된 조문이 위헌임을 천명했다라며 임부 및 그 가족의 인격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의료인의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의 위험을 제거했다고 결정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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