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20년 묵은 의대 정원 갈등…'의료 공공성' 인식차 단초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촉발한 의대 정원 문제의 발원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둘러싼 혼란은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차에서 불거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2000년이후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합의나 조정보다 분쟁이나 결렬로 마무리된 기저에는 공공성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이런 갈등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시대에 따라 그 역할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한국 사회 전반의 이해를 전제한 담론 형성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의약분업 이후 20002020년 진행된 의대 정원 증원(국방의학대학원공공의대 포함) 추진 과정에서 남겨긴 의미와 과제를 갈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 문제의 역사적 고찰(2000년 의약분업에서 2020년 전공의 파업까지) 연구보고서를 지난 3월 펴냈다.
보고서는 연구범위(20002020) 설정 이유부터 설명했다.
2024년을 연구범위에서 제외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되는 논란을 정리하기에는 일정한 시간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2000년2020년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주장들이 현재도 반복 활용되고 있으며, 또 2000년은 의대 정원 3058명이 확정된 때이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문제는 단순히 의료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의학한림원이 지난 20년간의 의대 정원 논란을 톺아본 까닭이다.
의학한림원은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의료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포괄하여 고찰할 때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라면서 지방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해당 분야 의료수가가 낮다는 직접적인 원인을 넘어 의대 진학생의 성향, 의학교육과 수련체계의 현황, 부족한 공공의료기관 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 여러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의대 정원 3058명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과정에서 정해졌다.
2000년 의약분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의사계는 소규모 의대 신증설로 인한 부실한 의학교육 실태를 의제에 포함시켰으며, 그 결과 의대 입학정원의 10% 감축 및 동결이 이뤄졌다. 의약분업 논의 과정에서 전공의들은 2차 파업을 주도했으며, 처우 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 개혁을 요구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시도했다. 2008년 군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국방의학대학원(100명 정원) 설립 추진에 이어, 의료 수요 증가, 인구 고령화 등을 내세우며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정부 연구결과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해마다 400명씩 증원해 10년간 4000명을 늘린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이에 반대한 전공의들은 파업에 돌입했으며, ▲민간에 대한 지원을 통해 협업 체제 구축 ▲수가 개선을 통한 인력 확보 ▲정부의 투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해당 계획을 재검토키로 했다.
보고서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단기계량적 차원 ▲중기정책적 차원 ▲장기구조적 차원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먼저 단기계량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수가인상,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있다.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명료한 방법이다.
통계방법에 대한 합의도 중요하다. 같은 시기에 이뤄진 연구결과임에도 의사인력 과부족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정 의사 수는 통계 추계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조사 목적에 따라 통계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풀어야 한다. 의사 공급의 과잉을 지적한 연구조차 군 단위지역에서는 활동의사 유입이 낮아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단위의 조밀한 추계가 반영돼야 한다.
의사단체와 정부 간 신뢰 구축도 절실하다.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의대 정원 감축이 이뤄진 이후 현재까지 갈등반목대립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불신의 간극은 넓고 깊어졌다. 타협이 가능한 협의부터 시작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
단기계량적 차원의 노력은 절충과 타협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으며, 정부와 의사계 사이에 놓인 불신의 벽을 낮추는 첫걸음도 될 수 있다.
중기정책적으로는 분화된 의사 사회를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의사들을 하나의 단위로 보지 말고 의대생, 전공의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실제로 의대 정원 관련 진행된 수차례 의사 파업은 전공의들이 주도했다.
전공의 참여가 높아진 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과 함께 파업 투쟁 방향을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인 선배 의사들에 대한 비판도 한 몫했다. 전공의들이 수련제도에 대한 불신 표출이 잦게되면서, 전공의 수련제도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개선이 필요하다.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 의료체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 문제다. 전공의들이 대형병원의 주요 인력으로 활동하면서, 대형병원 병상 확대, 지역 중소병원 몰락은 물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에는 전문의 과잉 공급과 불균형한 배치도 있다.
의료 현안에 대한 독립적인 논의결정기구도 필요하다. 의대증원, 원격진료, 영리병원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사 직종간 견해차가 있고, 지역의료 문제등은 정치인 결부된 입장과 맞물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구조적 차원에서는 현안에 대한 개념인식에 대해의사계와 정부의 협의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게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정부가 의료정책의 어느 정도까지 개입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연결된다. 정부가 한국 의료에 대한 후원자나 조정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 의료를 주도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다. 다만 한국 의료는 그동안 민간부문에 중점을 두고 성정해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2012년 공공보건의료 구현 주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민간 보건의료기관을 포함시켰지만, 의사들의 체감 정도는 낮다. 공공성에 대한 합의 범위와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의학한림원은 2000년 의약분업부터 2020년 전공의 파업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의대 증원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한 보고서를 출간했다라면서 지난 1년간 뼈아픈 의정갈등의 고통을 겪으면서, 최근 다시 대두되는 공공의대 설립 논의를 마주하면서 현재의 의료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평가한 결과를 사회에 제공하고 앞으로도 이 작업은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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