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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퇴사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적 권리 침해"

이정환 기자2025.04.23 16:46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3일 주최한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 주제의 포럼에서 김용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가 의료법 조항(업무개시명령 관련)의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사직(퇴사)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퇴사한 전공의에게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의료법 제59조 제2항은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를 담고 있다. 이 조항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퇴사를 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3일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용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가 의료법 제59조제2항에 대한 법적 고찰을, 김형선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근로 강제의 문제점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용범 대표변호사는 전공의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면허를 받은 의료인으로, 수련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밟는 사람이라면서 대법원은 전공의가 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시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전공의의 법적 지위를 짚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병원을 퇴사한 경우, 즉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상황에서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수 있는지는 명확한 판례나 구체적인 사례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법적 쟁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퇴사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수행할 의무는 소멸하기 때문에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쟁점이다.

또 퇴사가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인지, 아니면 업무개시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퇴사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데, 법원은 퇴사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퇴사 의사표시명확성 ▲퇴사 후 다른 직장이직 여부 ▲퇴사 전후 정황(집단행동과연관성) ▲퇴사 사유합리성 등이 두 번째 쟁점이다.

김용범 변호사는 절차적 문제(충분한 이유가 없는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부재 등)와 실체적 문제(정당한 사유의 불확실한 개념모호성, 업무개시명령이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 의문, 직업수행의 자유 과도한 제한 등) 등을 고려했을 때 퇴사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퇴사한 전공의에게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하는 것은 근로계약 종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면서 의사가 자신의 의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과의 근로 관계를 적법하게 종료한 경우,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으로 볼 수 없다. 이는 사실상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당국이 진정한 퇴사와 형식적 퇴사를 구별한다는 명목으로 의사의 퇴사 의사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퇴사는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이며, 그 동기나 의도를 행정청이 판단해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자의적으로 침익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으로 법치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퇴사한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적용 배제 ▲퇴사 의사 존중 원칙 확립 ▲대체 인력 확보 의무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퇴사한 의료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이는 의료인의 직업선택자유와 근로계약 종료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의 퇴사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퇴사가 집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와 의료기관은 의료인력의 퇴사에 대비해 충분한 대체 인력을 확보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개별 의사의 희생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중요한 공익을 위한 제도이나, 현행 규정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 특히 퇴사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근로계약 종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심각하게 충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의료인의 기본권과 국민의 건강권이 조화롭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업무개시명령 제도의 절차적 보완과 실체적 요건의 명확화가 시급하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 같은 엄격한 절차적 통제 장치를 도입하고, 퇴사한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의 적정 근무환경 보장, 충분한 보상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제적 수단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전공의가 퇴사하는 순간 수련병원과의 근로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체주의적인 구시대적 의료법 제59조는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택우 의협회장은 정부는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사의 단체행동에 대해 전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남발했다면서 의료계가 의료법 제59조 제2항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음을 언급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일 수 있지만, 그 발동 요건이 불명확하고 절차적 통제장치가 부재한 현행 구조는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더 나아가 의료자율성과 협치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의정 갈등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법은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요건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정당한 거부 사유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권한을 남용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사안으로 의료법상 해당 조항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유영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도 업무개시명령의 폐지를 주장했다.

김유영 비상대책위원은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은 의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일방적 복종을 강요하는 구조에서는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이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노동이 아닌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서 필수의료를 지킬 수 있게 업무개시명령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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