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첫 의사문인 김대봉…왜 '무심'에 사로잡혔을까

이영재 기자2025.04.20 04:41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는 19일 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우리나라 최초 의사문인 김대봉'을 주제로 제7회 세미나를 열었다.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는 19일 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우리나라 최초 의사문인 김대봉을 주제로 제7회 세미나를 열었다.

시인 김대봉은 일제강점기를 살다간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1930년대 문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작품의 양질에 있어 결코 다른 시인들에 뒤지지 않는다. 현실주의 입장에서 일제강점의 암담한 현실과 나약한 지식인의 고뇌, 여기서 빚어지는 개인적 구체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비애와 소망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의 일곱 번째 세미나(19일서울의대 동창회 함춘회관) 주제는 우리나라 최초 의사문인 김대봉이다.

포백(抱白) 김대봉(金大鳳19081943)은 김해보통학교(1922)-부산 동래고등보통학교(1928)를 거쳐, 평양의학전문학교(1933)를 졸업하고 의사의 삶을 살았다. 이미 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 조선일보에 농부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평양의전 재학 중에는 조선일보에 비평 민요에 대한 사견, 평론 신흥동요에 대한 편견, 신동아에 소설 연애의 결산을 각각 실었다.

평양의전 졸업 후에는 경성에 있던 정구충외과의원에서 진료(1934)했으며, 고향 김해읍에 의원 개원(1935), 부산 명지리(현재 강서구)에 분원 개원(1936) 등을 한 후 경성제대 세균학교실(1937), 경성제대 의학부 부속의원 정형외과(1938), 경성제대 부속병원 송정외과(1939), 경성제대 미생물학교실(1939), 중앙의원(1939) 등에서 진료와 연구를 이어갔다.

암울한 시기 버거운 의사의 삶 가운데도 글 짓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1938년 동아일보에 의학논설 고칠 수 없는 줄 알았던 곱추는 어떤 병인가를 연재했으며, 김진세함윤수박남수이응수김광섭이석 등과 함께 맥 창간동인으로 활동했다. 포백의 유일한 시집인 무심을 발간했다. 1939년에는 동아일보에 의학논설 결핵의 일광요법, 동통론을 연재하고, 의학의 대중화를 위해 잡지 대중의학의 편집주간을 맡는 등 의사로서도, 문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다 1943년 35세 나이로 환자에게 발진티푸스가 감염돼 사망했다.

■ 유형준 의학과문학접경연구소장.
■ 유형준 의학과문학접경연구소장.

유형준 의학과문학접경연구소장(시인수필가/CM병원 내분비내과/전 한림의대 교수)은 몸과 마음의 질병이 제기하는 고통과 생명과 체험은 의사와 문인이 집중하고 몰두하는 인간 이해의 근원적 소재이며 주제다. 의학과 문학이 맞닿으면 두 영역의 터인 인관관계 이해를 기름지게 하는 거름으로 작동한다라면서 의학과 문학 사이에 쌓여 있는 관습적 구별을 헐어낼 재능을 지닌 의사문인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천착하고 있다. 이 과정속에서 포백이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문인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의사 문인. 과학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내부로만 파고들던 의학의 시선을 사람 전체로 돌리려 글을 짓는 의사를 이른다.

이날 세미나는 ▲포백 김대봉의 삶과 문학(한정호 경남대 교수)▲의사시인 김대봉(유담 의학과문학접경연구소장) ▲문학의 시선 - 김대봉의 시를 포함하여(권혁수 시인) 등 세 갈래로 진행됐다.

먼저 한정호 교수는 포백의 삶과 문학세계를 살폈다.

문학적 출발은 현실주의 동요적 단형시로부터 시작됐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시대 상황이 반영돼 고독한 지식인의 모습을 띤다. 문학적 성향도 관념적이고 선동적이지만, 국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토로 속 강한 역사의식과 시대적 사명의식이 배여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적 면모도 드러난다. 나약한 지식인으로서 느끼는 고뇌와 허무의식이 담긴다.

1930년대 후반에는 개인적 상실의식에서 비롯된 비애의 정서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그의 상실의식은 고향이나 가족 상실, 아내와의 결별과 아들의 죽음, 아버지와 벗의 죽음 등에서 비롯된다. 나라의 암울한 현실보다는 고향 또는 가족 상실이라는 개인적 구체 현실이 작품에 스며든다.

한정호 교수는 포백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말미암아 문학과 의학의 공통적인 속성을 인간주의의 완성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섣불리 인간주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가 바라던 작품세계는 현실 극복의 한 방안으로 모색한 무심의 세계였다. 이같은 그의 문학관은 암담한 나라 현실과 그의 짧은 삶에 의해 미완성인 채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포백의 작품세계는 올곧은 시대정신과 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 한정호 경남대 교수.
■ 한정호 경남대 교수.

유형준 소장은 문헌 속에 나타난 의사시인 김대봉을 톺아봤다.

포백은 1938년 6월 15일 창간한 맥 창간 동인이다. 박남수김상옥김용호윤곤강임화함윤수 등이 함께 했다. 꿈을 먹고 사는 상상의 동물인 맥은 예술인을 가리키는 예술적 상징과 함께 고대 만주지역에서 살던 한국의 종족을 일컫는 민족적 함의를 동시에 지닌 중의적 명칭이다.

포백은 소설가 김정한(19081996)과 동기동창이며, 임화김상옥서정주 등과 작품집을 펴냈다. 시 작품으로는 조선문단에 발표한 심적(心寂) , 동공(瞳孔)의 촉수(觸手)(1935)를 비롯, 맥 1집에 이향자(離鄕者) 추월부 모를는 체 무상(1938) 등 147편에 이른다. 1938년 10월에는 시 무심 외 오십여편을 담은 시집 무심을 펴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의사의 조수(1932) 탕아(1934) 환향한 무용가(1935) 등 네 편의 단편소설, 동요비판의 표준(1932) 문학과 생활(1933) 문학과 의학(1937) 죽음(1940) 등 스물세 편의 비평과 수필을 남겼다.

유형준 소장은 의사 김대봉은 시를 지었다. 시인 김대봉은 의업을 수행했다. 그는 활동 영역이 달라, 스스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두 접경에서 타고난 진실성과 성실한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그 역시 진실한 성실로 인간주의적 연민을 추구하고 다졌다라면서 그 추구의 노정(路程)에서 드러낼 수 있는 오롯한 노정(露呈)은 무심(無心)이 가장 마뜩했을 것이다. 김대봉을 무심의 의사 시인이라 주저없이 부른다로 했다.

역설적이지만, 가장 강력한 관심의 표현이 무심(無心)이다.

유형준 소장은 인간주의에 뿌리 박고 환자를 연민하되, 만만치 않은 현실 속 자신도 연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료현장에서 만나야 하는 정상을 벗어난 육신과 정신의 고통은 환자와 함께 의사 자신도 겪고 헤쳐나가야 할 세상이라면서 물 끓듯, 꽃 피듯 표출하는 무심, 사념(邪念)이 아닌 사념(思念), 덧칠한 혼이 아닌 무심, 무심은 가장 강력한 인간에 대한 관심의 역설이다. 무심은 의학과 문학 사이에서 채워서 비우고, 넘쳐서 지워 내버리는 인간주의를 추구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의사문인 포백 그 자체가 분명하다고 명토박았다.

■ 권혁수 시인.
■ 권혁수 시인.

권혁수 시인은 문학의 시선 발제를 통해 포백의 시세계에 다가섰다.

먼저 무심에 대한 챗GPT의 분석을 옮겼다.

무심은 감정과 집착을 초월한 자연의 섭리를 보여준다. 숯불이 타오르고, 물이 끓고, 꽃이 피지만 거기엔 아무런 감정도 소유도 없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순환한다. 이 시는 자연의 무심함을 통해 인간에게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자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 챗GPT

포백의 시에 담긴 니힐리즘의 흔적을 좇았다.

권혁수 시인은 니힐리즘은 라틴어의 무(無)를 의미하는 니힐(nihil)이 어원이다. 그의 호 포백 역시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 상태인 무 흰 백을 품다라는 의미라 할때 그 무는 공(空)적인 무다. 없지만 미묘하게 존재하는 공. 그는 자신의 호를 공을 내포한 포백이라 짓고, 니힐리스트임을 천명했따라면서 포백은 니힐리즘에 입각해 욕망과 암울한 시대적, 현실적 부조리를 타개하고 자유로운 삶과 자유에로의 길을 모색했다. 이는 하이데거처럼 니힐리즘을 초극하기 위한 모색이며, 야스퍼스와 키르케고르처럼 무에서 반전하는 세계를 초월한 초월자에 대한 신앙을 통해 회의주의나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생명존중의 길을 비춰준 숭고한 삶의 등대가 된다라고 평가했다.

공감을 통해 성찰로 이끈다는 분석이다.

권혁수 시인은 포백의 시에서 행위자 연결망 이론과의 연계성도 찾을 수 있다. 행위자 연결망 이론은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사회적이든, 자연적이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호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이라면서 그는 시를 통해 물, 꽃, 벽 등 신변 사물과 식물이 이 시대, 이 세상을 함께 직시하고 공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성찰하고 묘사했다. 그의 시세계는 수동적 니힐리즘으로 거론되는 불교의 화엄세계 인드라망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존재는 모두 인연이라는 인드라망에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구슬이 흔들리면 모두가 함께 흔들린다. 이게 곧 화엄의 세계이며,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존귀하고 소중한 존재인가를 바라보게 하는 명상의 시선이다. 그의 시는 인드라망을 조성하는 구슬로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눈과 정신을 이끌고 공감하게 해 자아의 존재를 성찰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