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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PAPER, WIND, WISH' 최필규 초대전

Doctorsnews2025.04.17 16:43
ⓒ의협신문

최필규 작가 초대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위치한 갤러리은에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하얗고 무언가를 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종이는, 오히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열린 상태로 존재한다.

최필규 작가의 작업 세계는 바로 이 종이라는 공백을 통과하여 형성돼 왔다. 그의 평면 오브제는 단순한 시각적 착시의 기법을 넘어, 종이를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조형 재료로 인식하는 전환점을 제시한다. 구겨짐, 찢김, 나열, 쌓임과 같은 일련의 다각적 행위를 통해 종이는 더 이상 그림의 배경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입체적 성질을 획득하게 된다.

종이는 본래 회화와 판화의 표면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작가는 한지와 양지를 비롯해 다양한 종이 재료에 광목 등의 섬유를 결합함으로써 종이 고유의 물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이를 소재에서 주제로 전환하는 조형적 실험을 계속해 왔다.

나아가 회화, 설치, 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에서 종이는 미술 안에서 가장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감각의 지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빠삐에 꼴레 기법에서 보이듯, 종이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실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조형적 실험으로 이어졌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필규 작가의 작업 역시 그 연장선에서 동시대적 감각으로 이어지며, 종이 위에 그리는 것이 아닌 종이 자체가 그리고자 하는 형상을 드러낸다

ⓒ의협신문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오랫동안 성주신에 대한 기억과 대청마루에 걸려 있던 성줏대(바람에 나부끼던 찢긴 창호지의 형상)를 염원과 보호의 이미지로 마음에 새겨 왔다. 그 오래된 기억은 상징으로서 작업 속에서 재탄생하여 예술이라는 언어로 재현되고 있다.

이처럼 최필규 작가는 종이라는 익숙한 물질을 통해, 삶의 무게와 환희 탄생과 죽음, 환상과 물질 사이의 그 불분명한 경계 속에서 감정과 사유의 결을 직조해 낸다. 하얀 공백 위에 겹겹이 쌓인 흔적은 단순한 표면이 아닌, 내밀한 세계의 단면이 된다.

이번 전시는 최필규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종이의 물성과 조형적 사유를 응축해 선보이는 자리로,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그리고 지극히 물질적이면서도 비물질적인 감각의 언어를 통해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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