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전공의, 어차피 안 돌아와?" 그 말에 담긴 무력감에 대해
무능한 정치의 본질은 책임 회피에 있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이다. 정치는 곧 책임이라는 뜻으로, 포기는 정치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겼다.
전공의는 어차피 돌아오지 않는다
최근 여의도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대선 정국 속 의료사태 봉합에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말에 뭘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안타까움보다는 체념이, 해결보다는 포기의 뉘앙스가 담겼다.
실제 정부국회의 전공의 설득 노력은 희미해지고 있다. 사태 초반, 방법이 잘못됐을 지언정, 말뿐이었을 지언정 그들은 지속해서 전공의 복귀를 요청해 왔다.최근에는 그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한때 전공의를 만나 해결을 보겠다는 이야기가 속속 들렸지만, 최근에는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의대생 복귀와 의료교육 정상화 문제가 전공의 복귀 이슈보다 더 시급해졌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이젠 의료계 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고백으로 들렸다.
할 만큼 했다는 이야기는 국회 복지위에서도 나왔다. 의료인력추계위원회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하고, 심사했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공은 누가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의료사태만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태 해결에 대한 절실함과 답답함을 전한 것이다.
그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의료계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고, 법안 직전까지 원포인트 심사와 청문회를 진행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이지만 환자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회 입장에선 반영하기 어려웠던 공급자단체 추천위원 과반 조건도 흔들리지 않고 반영했다.
국회는 법안 추진 과정중 의료계 설득에서 비난으로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노력을 했지만 의료계가 찬성하지 않았다며 의협을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설득에 실패하자 설득이 안 된 당사자에 비난을 쏟아낸 거다.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는 비난 마저 사그라들고 있다. 의료현안 자체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대선이 진행될수록, 각 정당은 표가 되지 않는 문제엔 침묵하고, 시간이 약이라며 뒷짐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했다.
비난과 체념의 기저엔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이 엿보인다.
할 만큼 했으면 끝난 건가? 물음이 남는다.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은 그냥 노력이나 시도가 아니다. 끝까지 책임지는 거다. 설득이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어차피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맞다.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무력감 섞인 이들의 말은 그 가능성을 더 선명하게 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묻혀가는 사태를 다시 꺼내야 한다. 의료를 등진 정치의 값은, 언젠가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이 돌아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든 책임은,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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