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보건의료 '파괴적 혁신' 두 축…"AI·인구건강관리"
인구 초고령화, 저출산,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 악영향 등 눈 앞에 맞닥뜨린 보건의료 문제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IT의 임상 적용, 건강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속가능한 의료 환경, 지역사회 돌봄 체계, 초연결형 통합 진료 체계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대한병원협회 국제종합학술대회(KHC 2025/1011일그랜드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서울) 기조강연에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각국의 다양한 시도가 전해졌다. 미래 세대가 짊어질 질병 부담을 낮추고, 개인이 건강관리의 주체가 되며, 의료 비용은 줄이면서 의료 질은 유지하는 가치 기반 의료 구현에 방점이 찍힌다.
먼저 커크 추안 옹 박사(우드랜드 헬스캠퍼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싱가포르 의료의 미래에서 병원의 역할 재정의-건강 및 의료 허브로서의 캠퍼스 주제 강연을 통해 건강 생태계를 주도하는 병원의 역할과 시민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적은 의료비용으로도 높은 건강수명을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역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질병 부담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보건의료의 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급성기 치료, 예방의료, 노인돌봄 전반에 걸쳐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전환점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계획을 통해 국민이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옹 박사는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생활습관 교육을 통해 탄산음료가 눈 앞에 있더라도 물이나 다른 음료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통해 더 나은 단계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라면서 병원은 미래 세대를 위해 주어진 역할을 하고,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원한 우드랜드헬스캠퍼스(WHC)에는 이런 건강비전이 구체화돼 있다. 병원의 역할은 급성기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건강과 사회적 요구를 함께 다루는 중추적 허브로 진화한다.
옹 박사는 병원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외부지향적이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건강을 위한 많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라면서 WHC는 개방형 병원이다. 환자가 가장 중심인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지역사회와 주민이 함께 여러 가지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병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녹지도 잘 조성돼 있다. 아침 식사도 할 수 있고 카페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병원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갖가지 건강증진 활동도 제공받는다. 예술 활동과 치유 활동이 어우러진다고 소개했다.
WHC의 진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학제간 기술과 로봇 공학을 통합하고 있으며, AI를 포함한 미래 기술 수용을 위한 미래 지향적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옹 박사는 WHC의 진화는 지난 10년에 걸친 계획과 개발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 집약돼 있다라면서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에 유연하고 끈기 있게 대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샤비 도로토비치 박사(미국 마운트사이나이인터내셔널병원장)는 AI와 인구건강관리를 가 미래 보건의료 성패를 가를 파괴적 혁신의 테제로 꼽았다. 정부의 적절한 재정 지원 주요 요소로 들었다.
각국의 병원들은 각기 다른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재정, 규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모두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고, 의료의 주요 발전은 새로운 혁신이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때 이뤄진다. 적은 자원으로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런 혁신은 적절한 자금 지원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도로토비치 박사는 파괴적 혁신에는 조직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나 인센티브규제도 중요하다라면서 치료의 질 향상을 위한 혁신이지만 원칙을 갖춰야 한다. 의료는 예측적이고, 예방적이며, 개인화되고, 특히 참여적이어야 한다. 환자 스스로 치료 개선에 관심 없으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의료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에서 가치-비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 트렌드로 AI의 역할도 되새겼다. 이미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 결정을 내리고, 리스크를 예측하고 있다. AI 기술은 원격으로 급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환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예방 조치와 치료 유지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토비치 박사는 AI는 당분간 의료 전문가를 대체하지 않겠지만, 이미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면서 마운트사이나이병원 헬스케어 시스템은 다양한 AI와 AI엔진이 건강데이터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전자건강기록으로 보내면서 임상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만 17개 AI 툴을 사용해 연간 1500만건을 예측하고 있으며, 매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가지 혁신 트렌드는 인구건강관리(Population Health Management)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료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사회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결국 의료비용을 줄이면서 의료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구 전체의 건강관리를 살펴보자는 의미다. 실제 적용은 전체 치료의 질을 측정해서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건강 위험상태에 이르지 않은 3035%를 대상으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면 질병 상황에 이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로토비치 박사는 마운트사이나이병원은 한 때 입원실이 만실이면 우리는 실패한 것이라는 슬로건을 모토로 삼았다. 환자 교육을 통해 질병 상황을 개선시키고,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환자가 입원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라면서 인구건강관리는 많은 환자들을 능동적이고 장기적으로 관리해 더 높은 품질의 치료를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역시 포용적 변화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혁신을 이끌 강력한 거버넌스, 지불모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나 반 포크 박사(네델란드 KPMG 인터네셔널헬스케어 글로벌 헤드)는 의료분야는 신기술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헬스케어에는 늘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있는데도 그렇다라면서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는 기술에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변혁은 어렵지만, 진정한 혁신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지향점으로는 ▲지역사회 연계 ▲일차의료 ▲초연결형 통합 진료 ▲보건의료 인력 역량 ▲첨단병원의 지식 허브화 등을 꼽았다.
포크 박사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필요하다. 취약계층에도 어떻게 공평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일차진료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다학제 전문인력으로 진료팀을 구성해 선제적 치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문화적, 지역적, 사회적 요구에 맞는 맞춤 진료도 필요하다. 핀란드에서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헬스 빌리지를 구성하고, 챗GPT 질문을 통해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 헬스케어 플랫폼은 아주 높은 접근성를 확보했다. 원내 AI 가능 업무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다. 전문인력의 시간과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대학에서는 가상의학센터를 만들어 응급 질환의 3분의 1을 다룬다. 병원가지 않더라도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조강연에 앞서 열린 KHC 2025 개회식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국회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오태윤 한국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장, 손수정 한국의품안전관리원장,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장, 백설경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장, 이영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대한병원협회 김광태, 유태전, 김철수, 김윤수, 홍정용, 임영진 명예회장, 조선혜 지오영 회장, 최지현 삼진제약 대표, 유재천 유한양행 부사장, 이승환 종근당 전무, 윤병희 한미약품 상무 등과 병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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