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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온전한 하루' 누릴 수 있다면…

이영재 기자2025.02.18 17:04
ⓒ의협신문
ⓒ의협신문

쓰러져 있는 제 곁을 지켜줬던 친구를 기억합니다. 결핍이 사랑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에 남은 희망과 잠재돼 있는 사랑을 보려 합니다. 좌절에 굴하지 않고 동료를 찾고 꿈을 간직하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깁니다.

뇌전증을 앓은 아이는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는 가장 첫 번째 공간인 학교에서조차 차별과 배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희망을 찾아가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애달픈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뇌전증을 직접 겪으면서 돋을새김된 마음 속 상처, 발작을 되풀이하는 아이의 엄마가 마주한 다른 이들의 서늘한 시선도 전해진다.

그들은 누구도 특별한 혜택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삶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평등하게 교육받고 일하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굳이 더 크고 넓게 보지 않더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더라도 그들의 절절한 아픔은 그대로 새겨진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는 아직 그들이 내민 손길을 잡아주지 않고 있다.

한국뇌전증협회는 최근 뇌전증 환자 권리 헌장을 선포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의미를 실었다.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신경세포의 일시적불규칙적인 이상흥분 현상에 의해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난다. 14세 이하,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감염되지 않으며 유전도 극히 제한적이다.

치매뇌졸중 등과 함께 대표적인 뇌신경계 질환이지만,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질환에 머무르지 않는다. 차별과 배제, 낙인과 제한 속 마음의 그늘은 깊어지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사치가 된다.

게다가 유병기간이 길고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며, 발작 증상까지 더해지면서 형극의 삶에 내몰린다. 취업교육결혼대인관계에 차별과 낙인이 일상화되고, 살아가는 내내 경제적심리적인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누가 이들에게 온전한 하루를 부여할 수 있을까.

지금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뇌전증 예방, 진료, 연구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 인식 개선 및 차별 방지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뇌전증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사회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뇌전증 관리지원법은 이 모든 것들의 단초가 된다.

그동안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수차례 발의됐지만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회기 종료와 함께 스러졌다.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2월 10일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법 제정이 더딘 데는 정부의 미온적 대응도 한몫 했다. 환자와 가족이겪는 고난을 살천스레 외면한 채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이 시간에도 37만명의 뇌전증 환자, 200만명의 환자 가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간절하지만 소박한, 절실하지만 작은 희망인 온전한 하루는 너무 멀리 있다.

그들 곁에서 국가의 책무를 생각한다. 국가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의 길을 다시 묻는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 휼륭해질 수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

한 사람의 마음으로 뇌전증 관리지원법 제정에 힘을 보탠다.

한 사람이 우리가 되면 모두를 움직일 수 있다.

훌륭한 시민의 길,함께 걷는 도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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