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가장 낮은 곳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
백발이 성성한 최일영 한양대 명예교수는 거액 연봉을 제시한 대형 병원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에서 18년째 매주 4일씩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순수한 자원봉사를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며, 내가 있을 곳이라고 말하는 최일영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최고령 봉사자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은 천주교 예수의 꽃동네 유지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이 곳에서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힘조차 없는 꽃동네 가족을 위한 전문적 의료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치유와 임종자를 위한 호스피스 활동, 지역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에 대한 의료 봉사 활동을 위해 설립됐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꽃동네 자체적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형편으로, 현재 국비, 도비, 군비 등 정부로부터 재정 도움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이곳에 1940년생 초고령 자원봉사자, 최일영 교수가 머무르고 있다.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 최 교수는 2005년부터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 내과 과장을 맡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를 필요로 하는 다른 곳도 많았을 텐데 왜 음성꽃동네에서 18년 동안 봉사하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주로 노숙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많이 했는데 그들을 진료하다 보니 진찰만 해서는 환자의 병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방사선 엑스레이나 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설 등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고 있어야 제 실력이라도 발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조건들이 딱 갖춰져 있는 곳이 음성꽃동네 인곡자애병원이었던 것이다. 그는 대형병원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며 처음 인곡자애병원을 찾은 날, 첫눈에 반했다고 전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보듬다
최일영 교수의 첫 의료봉사는 199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현지 선교사의 청원으로 17명의 의료진과 함께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봉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태국에서의 첫 의료봉사의 추억이 강렬했고, 이때 의료봉사의 매력에 빠졌다고.
당시 태국 치앙마이부터 중국까지 산속에 10만여 명 정도가 살고 있었습니다. 주거는 물론,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픈데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모르고 치료하면 살 수 있는데도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들을 도우면서 비로소 봉사하는 삶에 눈을 뜨게 됐죠.
이후 그는 기회가 닿을 때면 라오스, 몽골 등지를 찾아 해외 의료봉사에 진행했고, 국내에서도 여러 활동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국기독의사회 소속으로 서울시 영등포 자유의 집 노숙인들을 위해 야간 진료를 실시했던 때라고. 최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는 IMF 직후라, 노숙인들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한국기독의사회 소속 의사만이 아니라 제약회사, 방사선 전문병원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의 수가 처음엔 1400여 명이었는데 이들이 자립하는 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벅차올라요.
노숙인 수가 줄어들면서 자유의 집이 사라져 그만두게 됐지만 5년의 세월 동안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청주 성심노인요양원, 서울 강북구 미아동 노숙인 시설 등에서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위한 봉사를 이어갔다.
봉사야 말로 최고의 행복과 보람
최일영 교수가 더 낮은 곳으로 향하고자 발길을 돌린 곳이 바로 인곡자애병원. 이곳에서 그는 의지할 곳 없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전문 의료봉사를 진행 중이다.
80세가 넘는 나이에 지치지 않도록 만드는 봉사의 매력에 대해 그는 이곳에서 봉사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환자들이 내 손을 잡고 빙그레 웃거나, 고맙다고 인사를 전할 때 행복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일영 교수는 이곳에서 100세가 넘어 영면에 드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며 이들이 가시는 길에 축복을 빌어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도 전했다.
후배들, 가족들 등 많은 사람이 이제 힘든 일 그만하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 힘에 부치고 힘들 때도 있지요. 그래서 아직은 놓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대답하곤 하지요. 봉사하는 삶을 통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 특히 아들에게 돈을 버는 것도, 환자를 많이 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라며 봉사를 권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최일영 교수는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며 소감을 전했다.
19세기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꽃동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인데 이렇게 환대해 주시고, 매사 감사함을 표현하는 꽃동네 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봉사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음성꽃동네가 꿈꾸는 것처럼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없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대구시의사회·민주당 대구시당, 국시원·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 '공조'
- 의료분쟁조정법 '설명의무 7일·중대과실 12개' 곳곳이 쟁점
- 단단히 마음먹은 캡박시브, 국내에서 프리베나 지운다?
- "벌써 독감이?" 질병청, 유행주의보 발령…의협도 "각별히 주의"
- 군의관, 공보의 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 의료계·국회 여야 모두 '군의관·공보의' 공백 문제 '공감'
- "심부전 등 중증 심장질환 국가 관리 대상 명시해야"
- 김택우 회장, 국방부 향해 "복무단축 시급, 확실히 매듭짓자" 일침
- 법조계, 이소희 의원 '의료사고 이력 공개' 중단 촉구
- 군의관·공보의 "왜 안가느냐 아닌 어떻게 하면 갈까 해법 찾아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