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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폐색환자 수술지연 외과의 실형 확정 ‘의료계 반발’

장영식 기자2023.09.05 00:12

대법원이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한데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외면한 대법원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강한 유감을 밝혔다.

이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중이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고려해 보존적 치료를 선택했다.

하지만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한 후,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해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의협은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사법적으로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서는 다시 개별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가 의식적으로 보다 강화된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미래 한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해,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하는 소신진료를 할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과 의료 수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 정원모집이 지속적으로 실패해 필수의료 분야 수술이나 진료 자체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경시하고 악결과에 대한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되면, 의료진의 방어진료 일반화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실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조성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3일 성명을 내고, 외과의사가 본인의 의학적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 범죄가 될 수 있으며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외과의사회는 “의사는 처음부터 일부 신체기능의 손상을 감수하더라도 환자의 전체 신체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유지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건강을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범죄로는 보지 않았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악결과에 의사에게 잘못과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는 아니라는 뜻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외과의사회는 “6개월 전에 난소암치료 받은적이 있었던 환자는 장유착과 장꼬임을 이유로 병원에 내원했으며 장꼬임으로 인한 장폐색증상에 대해 보존적 치료를 하던중 혈변증상을 보였고 장괴사에 대해 응급수술을 시행한 후 추가적인 2차 수술을 진행해 회복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환자에게 상당히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과의사회는 “이제 재판부는 장꼬임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한다는 것인지, 혈변증상이 있으면 무조껀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한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 만큼의 장꼬임 증상이 있어야 하나.”라고 묻고, “의사의 판단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곳이 재판부라면 의사가 범죄자가 되지 않을 증상과 치료 범위까지도 재판부에서 정해주는 것이 옳다.”라고 꼬집었다.

외과의사회는 “어떠한 이유로든 배를 여는 순간 뱃속에 있는 장기들에는 유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에 수술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장꼬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꼬임을 이유로 배를 열어 수술을 하고 나면 괴사돼 썩은 장을 잘라낼 수 있을 뿐 수술을 받았다고 해 평생동안 다시 또 장꼬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꼬임을 이유로 실시한 수술로 인해 더 심한 장꼬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로 마음 놓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사라졌다.”라며,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는 없다. 이로 인해 희생되는 것은 국민의 목숨뿐이며 앞으로 발생할 모든 파탄의 책임은 오롯이 법원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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