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협 대의원회, ‘회장 아웃’ 8회 다뤘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3일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이필수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재적대의원 242명 중 참석대의원 189명이 투표해, 찬성 48명, 반대 138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불신임 찬성률은 25.39%에 불과했다.
회장 불신임 요건은 재적대의원 3분의 2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의 찬성이다. 이필수 회장을 ‘아웃’시키려면 출석대의원 189명 기준으로 126명을 넘겨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커트라인에 무려 78명이 부족했다.
굳이 대의원들의 시간과 의협 예산을 써가며 이필수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물었어야 하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거 의사협회 대의원회는 몇 차례 불신임을 표결했고, 그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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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의원회가 회장 사퇴를 다룬 역사는 길다.
가장 먼저 2000년 유성희 집행부로 돌아가 보자.
30대 유성희 회장은 1999년 의약분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회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자, 회장 및 집행부 총사퇴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의협 대의원회는 2000년 1월 8일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사퇴안을 표결했다. 그 결과, 재적대의원 341명중 285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57명, 반대 128명으로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총사퇴 카드로 재신임을 기대한 유성희 회장은 임기 4개월을 남기고 물러나게됐다.
대의원들에 의한 불신임안 상정은 아니었지만 회원들의 사퇴압박을 받은 회장 본인이 사퇴 카드로 대의원회에 자신의 거취를 물었다는 점에서 이후 의협회장 불신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대의원회는 김두원 부회장이 회장권한대행을 맡아 잔여임기 4개월을 이끌도록 했고, 의약분업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 일임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김재정 의쟁투위원장은 곧이어 치러진 31대 의협회장선거에서 당선되지만 의약분업 투쟁과정에서 회원들의 사퇴압력을 받자, 취임 14개월만인 2001년 6월 14일 공식 사퇴했다.
같은 해 10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이 75%의 높은 득표율로 32대 의협회장에 당선돼 1년 7개월간 의사협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신상진 회장은 차기회장선거에서 낙선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33대 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스스로 사퇴한 김재정 31대 회장이다.
대의원들에 의해 처음으로 불신임 위기에 놓인 인물은 34대 장동익 회장이다.
장동익 회장은 소아과 명칭 변경 사태와, 전공의 회장선거 개입설(일명 오진암 사건), 공금횡령 의혹 등으로 불신임 표결 대상이 됐다.
2006년 10월 26일 치러진 임시총회에서 장동익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중 231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23명, 반대 107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이때 불신임 요건인 3분의 2 찬성을 넘기진 못했으나 찬성이 과반을 넘겼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장동익 회장은 2007년 3월 31일 강원도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금품로비를 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퇴압박을 받았고, 한 달 뒤인 4월 30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보다 앞서 의협 상임이사회는 4월 26일 김성덕 부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김성덕 직무대행 체제에서 보궐로 치러진 35대 회장선거에서 주수호 후보가 당선됐다.
의사협회는 유성희 회장 사퇴 후 7년 간 다섯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시간이 흘러 의사협회는 2014년 처음으로 대의원들에 의해 회장이 불신임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조행식 대의원을 비롯한 95명의 대의원은 회장 불신임안 상정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노환규 회장이 대의원총회 의결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4월 19일 치러진 임시총회에서 노환규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 중 178명이 출석한 가운데 136명 찬성, 40명 반대, 2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당시 노환규 회장은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등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끌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와는 의료발전협의회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임수흠 협상단장이 복지부와의 협의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노환규 회장은 협의 결과에 반발하며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나아가 노환규 회장은 상임이사회를 열어 3월 10일 의료총파업을 예고하고, 총파업과 자신의 신임여부를 회원투표로 묻기로 했다.
시도회장들이 비대위에서 복지부와의 협의 결과에 찬성했는데 노환규 회장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며 반발하면서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대의원회는 3월 30일 임시총회를 열어 노환규 회장을 배제한 구성하기로 결의하기에 이른다.
노환규 회장은 임시총회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사원총회를 열어 대의원회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대의원들은 총회 의결 위반과 대정부 투쟁 실패를 이유로 노환규 회장 불신임 찬성에 몰표를 던졌다.
임시총회 전 집행부가 진행한 회원투표에서 노환규 회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만 6,376명 중 1만 2,951명(79.09%)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581명(9.65%)에 불과했다.
노환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에 대해선 1만 5,201명(92.82%)이 ‘불신임을 반대한다’에 표를 던졌고, 1,174명(7.17%) 만이 ‘불신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변영우 대의원의장은 “의사회원은 11만명이고, 현업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약 9만명이다. 전체 회원 뜻은 아닐 것이다.”라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노환규 회장이 최초로 불신임된 회장이라면, 추무진 회장은 두차례 불신임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추무진 회장은 의한방일원화 추진과 비급여 전면 급여화(일명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첫번째 불신임 위기에 처한다.
2017년 9월 16일 치러진 임시총회에서 추무진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32명 중 181명이 출석한 가운데, 106명 찬성, 74명 반대, 1명 기권으로 불결됐다.
이어, 추무진 회장은 2018년 2월 10일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졸속 추진했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불신임 안건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임시총회에 재적대의원 232명중 125명이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불신임안은 표결없이 자동폐기됐다.
불신임 위기에서 벗어난 추무진 회장은 4일 뒤 40대 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전을 치르지만 낙선한다.
40대 회장선거의 승자는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을 추진한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였다.
전임 회장의 불신임을 적극 추진했던 최대집 회장도 임기중 불신임 대상에 오르게 된다. 그도 추무진 회장과 마찬가지로 두차례 불신임 대상이 됐다.
첫번째는 보장성 강화정책 저지 실패와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수용이 문제가 됐다.
2019년 12월 29일 치러진 임시총회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92명중 204명이 출석한 가운데 82명 찬성, 122명 반대로 부결됐다.
이때 불신임 찬성률이 40.2%에 불과하자, 불신임 발의 조건을 대의원 3분의 1에서 과반 대의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최대집 회장은 9.4의정합의 날치기 서명을 이유로 다시 불신임 대상이 된다.
최 회장은 임기중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등을 4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투쟁해 오다,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에 서명한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2020년 9월 27일 치러진 임시총회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 중 202명이 출석한 가운데 11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짚고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최대집 회장은 정부와 9.4 합의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불신임 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이후 의사협회는 물론, 대의원회와 의사협회 산하단체, 의료계 많은 리더들은 정부를 향해 9.4 의정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9.4 의정합의를 통해 의사협회는 의대정원 논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혀놓은 것이다.
9.4 합의는 ‘슈퍼 갑’ 정부에 맞선 ‘슈퍼 을’ 의사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전임 회장들이 연거푸 두차례 불신암 대상이 됐지만 이필수 현 회장은 2년간 불신임 대상에 오르지 않은 채 비교적 안정적으로 회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그도 차기의협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불신임안의 주인공에 오르게 된다.
불신임 발의에 서명한 대의원들은 부인하겠지만, 다수 회원은 불신임 발의를 차기 회장선거를 앞두고 현직회장의 힘빼기 포석으로 보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차기회장선거 한 달 전, 최대집 회장은 차기회장선거 6개월 전에 불신임 대상이 됐다.
이번 이필수 회장 불신임도 차기회장선거 8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결과는 재적대의원 242명 중 참석대의원 189명이 투표해, 찬성 48명, 반대 138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불신임 찬성률은 25%로, 대의원 4명중 3명은 불신임에 반대했다. 불신임 발의 대의원이 83명이었다는 점에서 놀랄만한 결과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1명의 의협회장 중 6명의 회장이 총 8회 대의원들로부터 사퇴(불신임 투표 7회, 자진 사퇴 수용 투표 1회) 표결 대상이 됐다.
이 외에도 경만호 회장과 추무진 회장은 임기중에 ‘회장 사퇴권고안’이 총회 안건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다행히(?) 두차례 모두 분과위에서 폐기됐다.
불신임 투표는 의료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까?
불신임 임총 후에는 찬성과 반대로 갈린 회원들이 대의원들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대의원은 불신임 요건에 미달했다고 해도 불신임에 찬성한 대의원 수가 적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에게 회원들의 뜻을 전달하고 분발하도록 하기 위한 임총인지, 회장의 발목을 잡고 힘을 빼기 위한 임총인지 판단은 대의원이 아니라 회원의 몫이다.
언제까지 회장 불신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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