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기관에 출생통보 의무 부과가 웬 말?
“의료기관에 출생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은 행정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 지나친 의무 부과이며, 미혼모의 출산 의료기관 기피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출생신고 의무는 심사평가원의 청구프로그램과 DUR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7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15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출생통보제는 신고의무자의 신고와는 별개로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이 시ㆍ읍ㆍ면의 장에게 모든 출생아의 출생 사실을 통보하고, 통보를 받은 시ㆍ읍ㆍ면의 장은 신고의무자의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 후, 출생신고 미이행 시 시ㆍ읍ㆍ면의 장의 직권으로 출생기록을 하는 제도다.
김미애 의원은 “신고의무자의 미필적ㆍ고의적 출생신고의무 미이행으로 아동이 공적 체계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 아동은 법에서 규정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라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이번 개정안과 주요 내용이 유사한 개정안이 이미 제19대와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으로, 당시 미혼모 관련 사회적 문제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의무 부과 문제 등을 사유로 폐기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먼저, 의협은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대해 의무부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부모 내지 친권자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출생 아동의 출생신고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므로, 아동이 출생했음에도 출생신고가 없는 경우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근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계도ㆍ안내, 부모 또는 친권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과 같은 당사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미혼모 등 취약군의 의료기관에서의 출산 기피 현상을 언급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출생통보 등으로 미혼모 등 출생신고를 꺼리는 산모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국가가 출산기록을 보유하게 될 경우, 미혼모 등이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이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혼모 등의 출생신고 기피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및 경제적 지원 부재와 같은 정책적ㆍ제도적 미비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가속 문제도 거론했다.
의협은 낮은 분만수가로 인해 많은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분만을 기피해 국가의 분만 인프라가 붕괴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시돼야 함에도 동 개정안과 같은 입법을 통해 오히려 의료기관에 추가적인 규제만 부과한다면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 규제의 문제도 짚었다.
의협은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의료인 등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후순위로 출생신고 의무를 부담하고 위반 시에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출생통보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규제의 문제가 있다고 문제삼았다.
의협은 행정규제기본법의 입법 취지와 상반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제1항제3호는 ‘규제 외의 대체 수단 존재 여부’를 고려할 것을 명하고 있는데, 관할관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직접 송부받아 이를 근거로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과 같은 대체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선적 고려 없이 의료기관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행정규제기본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출생신고업무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의무와 부모의 권리 및 의무의 영역에 있는 사안이라며 이를 의료기관에 전가할 경우, 부모의 권리행사와의 충돌과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 문제 및 오류 시 책임소재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산부인과의사회도 지난 2일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출생통보제에 대해 반발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병ㆍ의원은 행정기관이 아니다.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것에 절대로 동의할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의사회는 심사평가원이 출생신고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산부인과 병ㆍ의원에서 출산한 임산부의 진료기록부에 출생에 관한 기록을 입력하면 심평원은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출생 관련 진료기록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이용해 시ㆍ읍ㆍ면의 장에게 통보하고, 기존 청구시스템을 통해 출산 후 퇴원한 산모에 대한 분만 사실을 분만 관련 코드를 이용해 시ㆍ읍ㆍ면의 장에 전송하면 출생신고 누락자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출생증명의 의무를 산부인과 분만 의료기관에 부과하기 보다는 심평원 청구 프로그램과 DUR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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